2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유럽펀드(주식형)의 전체 평균 수익률은 브렉시트 결정(작년 6월 23일) 이후 약 10개월 새 13.7%로 나타났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유럽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50의 수익률은 14.5%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이 7.8%임을 감안하면 브렉시트 이후 유럽펀드의 성과는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유럽펀드 수익률은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있던 지난해 6월엔 -6.67%였지만 다음달 플러스로 돌아섰고, 11월 영국 고등법원의 '탈퇴 협상 전 의회 동의 필요' 판결 이후 -1.39%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내 반등해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별 펀드들 중에선 '미래에셋TIGER유로스탁스50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브렉시트 이후 수익률이 30.1%로 가장 높았다. '신한BNPP유로인덱스'와 'KB유로주식인덱스' 펀드 수익률도 각각 17.3%, 17.2%로 높았다.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8개가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로 집계됐다.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펀드는 '템플턴유로피언펀드'와 '피델리티유럽펀드'가 각각 15.4%, 14.7%의 수익률로 좋은 성과를 올렸다. 풍부한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와 뛰어난 리서치 역량을 갖고 있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유럽펀드의 수익률 개선은 유럽 경제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덕이다. 지난달 유럽펀드(주식형)에 유입된 자금이 13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할 만큼 유럽이 다시 유망 투자처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 3대 주식시장은 최근 1년간 20%가량 상승했다. 유로존의 지난달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56.7로 2011년 4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 지수가 50보다 높으면 경기확장을 의미한다.
정치 리스크가 커지면서 유로화가 약세를 보여 수출이 늘어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돈줄을 죄는 것을 최대한 늦춰 시중에 계속 돈이 돌게 한 것도 경제 회복에 주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브렉시트 충격도 당초 우려했던 것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브렉시트의 충격은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며 유럽연합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1.5%에서 1.6%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필립 힐데브란트 부회장은 "유럽 증시의 잠재력이 미국보다 높다. 유럽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증시는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와 정치적 리스크로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며 "하지만 유럽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니콜라스 윌콕스 JP모건자산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도 "정치 문제로 하락한 주식시장은 곧 회복한다"고 말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EU는 유럽 각국의 이해에 부합하고 브렉시트 협상도 영국과 EU 간 마찰이 발생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이슈는 아니다"며 "이보다는 최근 발표된 유럽 경제지표 개선과 높아진 실적 모멘텀에 집중해 대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