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입주한 경의선숲길 인근 마포구 공덕동 아파트 단지 전경. [김호영 기자] |
최근 3년 새 마포구는 '젊은 중산층 동네'로 뜨고 있다. 50~60대 '베이비붐 세대'에게 부동산 투자 로망은 '강남 아파트'였지만 자식뻘 30~40대 '에코세대' 관심은 마포로 대표되는 강북 도심권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아현동~공덕동을 아우르는 마포 일대는 오래된 저층 단독·다가구 주택이 밀집했으나 최근 10여 년간 대단지 아파트와 숲길, 상권이 아우러진 풍경으로 바뀌었다.
2014년을 기점으로 줄줄이 들어선 브랜드 아파트 단지 상가에는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에코세대 특성을 대변하듯 펫숍과 네일숍, 유기농 식품 가게 등이 들어선다. 공덕동 A공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외국계·대기업·금융권 종사 3040 젊은 층이 많아 외제차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마포 일대에선 올 들어 강남권에서만 보이던 억대 웃돈이 붙은 분양권도 속속 나오고 있다. 다음달 1일 전매제한이 해제되는 경의선숲길공원 옆 '신촌숲아이파크'(신수1구역 재개발)는 숲길 등이 내다보이는 동의 전용 111㎡형 이상 면적에 1억~1억5000만원 웃돈이 붙었다.
신수동 B공인 관계자는 "복층 구조인 137㎡형(분양가 12억5000만원 선)은 1억5000만원이 붙었다"며 "전매제한이 풀리지 않은 상황이라 웃돈은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억대 웃돈이 붙은 매물들은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집단대출도 아닌 개인대출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 아파트 거래도 활발한 편이다.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연남동 경의선숲길가에 들어선 466가구 규모 '코오롱하늘채'(2003년 입주)는 매물로 나왔던 전용84㎡형 4가구가 최근 한 주 새 모두 소진됐다.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도 등장했다. 지난해 2월 입주한 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 전용면적 84.96㎡형의 올해 1분기 매매가격은 10억5000만원이다. 입주 때 9억9000만원이었지만 10월 말 10억원을 넘겼다. 인근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2014년 7월 입주) 전용면적 84.98㎡형도 1년 새 1억원 이상 뛰었다. 작년 2월 말 8억4500만원 선이던 것이 10월 말 9억3000만원으로 뛴 후 올해 1분기 실거래가는 9억4000만원, 현재 호가는 9억5000만원 선으로 10억원을 넘본다.
부동산 시세도 오름세다. 단독주택 등 개별주택 공시가격의 경우 지난 27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마포구는 6.7% 상승률로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서울시 평균(5.18%)을 넘어섰다. 재개발과 상가주택 개조 등으로 단독주택 몸값이 오른 결과다.
앞서 올해 초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7년 표준지공시지가에 따르면 마포구의 연간 땅값 상승률은 12.91%로 제주 서귀포시(18.81%)와 제주시(18.54%)에 이어 상승률 전국 3위를 기록했다.
'홍대 상권', 대학가로 이름을 날리던 마포 일대가 주거지로 각광받은 것은 '소프트 파워(문화)' 영향도 컸다. 지난 2003년 이후 뉴타운·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된 마포구 아현동·염리동·대흥동·공덕동 일대 아현뉴타운은 총면적 108만8000㎡에 1만8500여 가구를 짓는 초대형 사업지다.
이 지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택시장 장기 침체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1년 경의선 숲길 조성작업이 추진된 후 2012년 1단계(신수·공덕·대흥 구간), 2015년 2단계(연남·염리 구간), 2016년 3단계(창전~원효로 구간)까지 완공되자 '스토리가 살아 있는 공간'으로 급부상했다. 종로·광화문과 용산·여의도 등 업무지구와 가까운 입지에 공항철도까지 더해져 외국인들 발길도 잦아지면서 다양한 문화가 섞였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자문 센터장은 "상권이 활기를 이어가려면 그 지역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개인의 삶과 문화적 가치를 중시하는 신세대 주거 트렌드와도 맞물린다"고 말했다.
마포 일대는 학군이 떨어진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 발길이 이어진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전문위원은 "지역 명문인 염리초 인근 용강·공덕동은 학군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지만, 자녀가 초등학교 졸업 후 교육 이주를 하더라도 전·월세 임대를 두고 가서 시세차익을 누리려는 실수요 겸 투자자들이 적지 않
임 위원은 "최근 서울 25개 구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증한 곳 1·2위로 마포구와 성동구가 꼽힐 만큼 마포 일대는 집값 상승을 통해 가계소비 수준도 상승하는 '자산효과'를 본 신흥 부촌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14년 이후 분양 단지들이 줄줄이 입주할 예정인 데다 분양권과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이 단기 급등한 상황은 다소 부담된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