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정책학회 100人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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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 수를 줄이고 층수를 올려 최고 56층 규모로 재건축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소재 래미안첼리투스(왼쪽)와 35층 이하로 건설돼 동 사이 간격이 비교적 좁은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매경DB] |
매일경제가 14일 이석주 서울시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서울시 2030 도시기본계획 주거지역 층수제한에 대한 전문가 의견 및 정책적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전문가 100명 중 73명이 '35층 규제' 정당성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전문가 100인 중 59%는 '35층 규제'가 오히려 한강변 경관 확보에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주거환경연합의 의뢰를 받아 지난 3월 도시정책학회가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도시정책학회는 연구직과 실무직 등 다양한 도시·부동산 전문가들이 소속돼 있는 곳이다. 설문지는 '한강변 제3종 일반주거지역 최고층수(35층) 규제에 대한 전문가 의견 수렴'을 주제로 작성됐다. 설문 대상은 도시계획 분야에 종사하는 100인의 전문가로, 연구직 55명과 실무직 45명으로 구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35층 규제'가 충분한 논의의 결과라고 평가한 전문가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73%)이 '충분한 논의의 결과'라는 의견을 3배 가까이 웃돌았다.
서울시는 2011년 박원순 시장 취임과 함께 2030서울플랜 수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 100명과 추진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 상당수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35층 규제'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인용해 "1000만 인구 서울의 장기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100명의 시민참여단이 얼마만큼의 대표성을 가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당시 35층 층수 규제 문제는 검증 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는 2014년 당시 서울플랜을 발표하면서 100인의 시민참여단과 청소년 참여단 16명을 모집했는데, 모집기간 자체가 3주에 불과했고,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무작위로 유무선 전화조사를 실시해 표본을 선정한 만큼 대표성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100명이라는 시민의 숫자 역시 1000만명이 거주하는 서울의 거대한 도시계획을 짜는 데 충분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참여한 외부 전문가도 턱없이 적었다. 미래상 및 계획과제 설정에 20명 남짓이 들어갔고, 핵심이슈별로 나눠 계획을 짜는 데도 외부 전문인력보다는 서울시 공무원과 시 산하에 있는 서울연구원 등 공무원이 대부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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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층수 규제의 가장 중요한 이유인 한강변 경관확보 측면에서도 '35층 규제'가 오히려 경관을 악화시킨다는 의견이 59%나 됐다. 경관 악화를 사전에 방지한다는 데 동의하는 전문가는 41%로 이보다 적었다. 보고서는 "경관 확보에 불리하다는 의견이 약간 우세하다"고 표현했지만, 과반이 층수제한이 경관을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통경축 확보에 있어서도 35층 규제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의견도 60%로 비슷했다.
보고서는 56층으로 재건축된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와 35층으로 지어진 잠실지역 아파트를 비교하면서 "어느 쪽이 한강변의 조망을 더 가리는지는 충분히 객관적 확인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동 수를 줄이고 초고층으로 건설된 래미안첼리투스의 경우 오히려 동 간 간격이 넓어지면서 시원한 조망권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35층으로 일괄 재건축된 잠실지역 아파트들은 답답함을 주는 것은 물론 한강 조망에도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35층 규제'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고층화를 통한 통경축 확보는 사업 대상지를 단독으로 볼 때의 이야기일 뿐"이라며 "실제 도시 경관은 배후 건축물에 중첩되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건물 사이로 조망 경관이 보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35층 규제 찬성론자 중에서도 "대표 주동의 경우 층수를 조금만 높여준다면 상당한 경관과 외관의 개선이 이뤄질 것을 확신한다"면서 "주동에 대해서만큼은 2~3층 수준의 층고 완화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대안을 제시하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최고 35층' 규제를 '평균 35층'으로 바꾸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고 35층 규제하에선 재건축아파트조합은 모든 동을 35층으로 지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만, 평균 35층으로 하게 되면 높낮이가 서로 달라 조화로운 스카이라인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최고 35층 규제가 적정하다'는 의견은 33%였고, 평균 3
한편 전문가 65%는 설문조사 종합평가에서 지역적 특성에 맞게 층수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지역 동일하게 층수를 제한하자는 의견은 11%에 불과했다. 층수 규제가 아예 불필요하다는 입장도 24%를 기록했다.
[박인혜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