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불합리한 개인형 IRP 수수료 체계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개인형 IRP 수익률이 은행 예금 수익률에도 못 미치자 적립 규모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는 등 인기가 시들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인형 IRP 적립금 규모는 12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2015년 증가율인 44%와 비교하면 한참 떨어진다.
금감원이 발표한 '2016년도 퇴직연금 적립 및 운용 현황'에 따르면 DB형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은 1.68%, DC형은 1.45%, 개인형 IRP는 1.09%에 그쳤다. 금융당국이 '수수료 개입'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개인형 IRP 수수료 손보기에 나선 것은 이처럼 낮은 수익률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에는 수익과 보수를 연동하는 착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금융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한동안 상품 수익률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부담했지만 이제는 수익률이 낮으면 수수료를 낮춰주는 착한 금융 상품이 점차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IRP에도 고객이 받는 수익률에 걸맞은 수수료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수익률을 떠나 이전부터 개인형 IRP 수수료가 금융회사마다 제각각이어서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형 IRP 수수료가 가장 저렴한 곳(근로복지공단)은 0.06%, 가장 비싼 곳(메트라이프생명)은 1.15%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퇴직연금(DB·DC형)은 근로자가 소속된 회사가 수수료를 부담하지만 개인형 IRP는 근로자 개인이 직접 부담한다"며 "이 때문에 개인형 IRP에 좀 더 엄격한 수수료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수수료가 높게 산정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수수료 체계를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퇴직연금 수수료는 적립금에 따라 정률로 산정하기 때문에 10년, 20년 후 적립금이 많이 쌓였을 땐 수수료율이 조금만 차이 나더라도 수수료 총액 차이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게다가 정부는 오는 7월 말부터 개인형 IRP 가입 대상을 근로자뿐 아니라 자영업자 등 소득이 있는 모든 취업자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제 자영업자와 근속기간 1년 미만 근로자나 단시간 근로자, 퇴직 일시금을 이미 지급받은 재직 근로자와 공무원, 군인 등도 개인형 IRP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개인용 IRP 수익률과 이에 걸맞은 수수료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게 발등의 불이 된 셈이다.
DB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퇴직연금을 운용한 뒤 확정된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DC형은 근로자가 원금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운용한다. 운용 성적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IRP는 개인 통장을 통해 근로자가 적립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한 해 최대 700만원 납입분까지 연말정산을 통해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은 연봉 5500만원이 넘는 경우 92만4000원, 넘지 않으면 115만5000원이다.
▷ 개인형 퇴직연금(IRP) : 근로자가 이직·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를 근로자 본인 명의 계좌에 적립해 만 55세 이후 연금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연간 1800만원 한도에서 자기 부담으로 추가 납입이 가능하다. 연간 최대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과 연금 개시 시점까지 세금을 유예받을 수 있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