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오랜만에 서울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2015년 서초 무지개아파트 재건축을 놓고 GS건설과 경쟁을 벌인 후 무려 1년5개월 만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대표 브랜드 '래미안'을 활용해 주택사업 시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시하고 있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15일 열린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다. 설명회에는 삼성물산을 포함해 현대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 16개 업체가 참여했다.
삼성물산이 강남에서 추진되는 재건축 사업 현장에 나타난 것은 2015년 말 서초 무지개아파트 수주전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강남 재건축 등 수익성이 높은 지역은 꾸준히 검토한다고 밝혔으나 작년 이후 한 번도 현장설명회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최근 1~2년 동안 삼성물산은 '주택사업 철수설'에 끊임없이 시달려 왔다.
그러나 삼성물산 측은 방배5구역 최종 입찰까지 완주할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것은 맞는다"면서도 "삼성물산은 사업성이 높은 정비사업은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었고 방배5구역이 그중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본다. 그동안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주택사업을 다시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방배5구역 외에도 서초 신동아,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거론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 움직임이 최근 1~2년과는 다른 것이 사실"이라며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졌던 '래미안'이 복귀한다면 강남 재건축 시장시장이 지금과는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삼성그룹이 얼마 전 지주사 설립을 잠정적으로 포기한 것도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강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사는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한 이후 삼성그룹 지주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금은 독자적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가 등에선 삼성물산이 건설부문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에 전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사 부문 매출 비중도 크지만 단기간에 실적을 크게 개선하기 힘든 사업 특성상 건설부문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 1분기 매출은 2조7105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다.
방배5구역은 지하 3층~지상 32층 아파트 44개동 2557가구를 신축하는 사업으로 방배동 일대 재건축 단지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 3월
조합은 오는 8월 시공사를 선정해 재건축 일정을 정상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최근 기존 건설사인 프리미엄사업단이 약 320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