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다음달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잇달아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보다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리 인상 전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회사 운영자금과 차환 용도의 회사채 발행이라는 점에서 고용 확대 등 거시경제 개선에 미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월 회사채 공모 발행 규모는 4조5786억원으로 3월(2조3611억원)과 비교해 94% 가량 급증했다. 이 가운데 자재구매 및 용역대금 결제 등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된 회사채는 2조5103억원(54.8%)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기존에 발행된 회사채를 상환하는 차환자금 용도로 1조3280억원(29.0%)이 발행됐고 설비투자와 공장 증설 등을 목적으로 한 시설자금은 5300억원(11.6%)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회사채 발행 물량이 한달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실제로 고용과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설자금 모집은 11%대에 불과했다.
이러한 추세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달 들어 23일까지 발행된 공모 회사채는 1조2811억원이나 시설자금 용도로 발행된 회사채는 34%에 불과했다. 발행 목적별로 살펴보면 운영자금 7913억원(61.8%), 시설자금 4325억원(33.8%), 차환자금 563억원(4.4%)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 19일 수요예측 성공에 힘입어 8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LG화학을 제외하면 시설자금 용도로 발행된 회사채는 325억원에 불과했다. 현재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SK(3000억원), 한국항공우주(2000억원), 롯데렌탈(2000억원) 또한 운영자금과 차환자금 확보를 위해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러쉬'는 신규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이라기 보다는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선제적인 자금 조달로 풀이된다. 매년 하반기 회사채 발행시장이 위축된다는 점을 깨달은 기업들이 미 기준금리 인상, 미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및 유로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이슈 등을 우려해 상반기에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에는 미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 몰리면서 5조1308억원에 달하는 물량이 발행됐다. 이 때문에 오히려 하반기에 들어서는 회사채 발행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상훈 신한금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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