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년만에 첫 투자지침서 출간' 신성호 IBK투자證 사장
지난 25일 만난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61)은 "역사적으로 기업 이익과 금리 수준,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고려하면 주가 3000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의도 증권가의 대표적 '신중론자'로 불렸던 신 사장이 '대세 상승론'으로 돌아섰다.
신 사장은 "주가 고점은 통상 이익 정점 전후에 형성되는데 이익이 오르고 있다면 고점 부담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며 "개별 종목 기준으로 보면 최근 2개 분기 연속으로 이익이 증가한 곳에 투자한다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하반기부터 사견임을 전제로 "코스피 3000도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올해 1분기 기업 성적표를 보면 주가 전망이 가능하다고 얘기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코스피 상장사(536곳)의 순이익이 32조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35.8% 급증했다. 올해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이 13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 같은 기업이익과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정책, 글로벌 경기 동향을 따져보면 최근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코스피는 여전히 낮기만 하다는 게 신 사장의 생각이다.
신 사장은 "기업이익이 늘면 주가는 반드시 상승한다"며 "2015년 1~7월 코스닥이 45.1%나 급등한 것은 코스닥 기업이익이 2015년 상반기에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리와 환율, 미국 같은 해외 지수와의 상관관계를 끊임없이 찾아왔지만 주가를 배신하지 않았던 유일한 변수는 기업이익이라는 점을 찾아냈다.
신 사장은 국내 외환위기와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며 그의 자본시장 이론을 꾸준히 수정·보완해왔다. 그는 "역사적으로 기업이익이 늘어도 주가가 오르지 않았던 과거 사례를 보완하기 위해 금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금리가 높은 수준이면 기업이익이 상쇄돼 주가가 오르지 않는데 최근 국내 금리 수준은 절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주가 상승 탄력이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사장은 기업이익과 국내외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연내 주가 3000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주가와 지난해 이익 기준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14배였는데 올해 기업 예상 이익과 지난달 말 주가 기준 올해 예상 PER는 9.2배에 불과하다"며 "기업이익에 따른 PER는 매년 일정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 PER가 작년 수준으로 오른다고 본다면 주가는 3000까지 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경기를 이끄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이노베이션과 같은 수출주의 경우 해외 변수가 크기 때문에 최근 수년간 이어진 글로벌 경기 회복이 국내 주가 상승의 바탕이 됐다고 분석했다.
신 사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는 가계부채 축소에 올인하느라 소비에 소극적이었다"며 "그러다 2015년 42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가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소비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이게 국내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수출은 작년보다 15% 증가했다. 그러나 주식이 좋다고 '올인'하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신 사장은 "국내 가계 자산 비중에서 부동산이 75%를 넘는데 이론적인 비율은 주식, 부동산, 현금 비중이 각각 33%로 가는 게 좋다"고 전했다. 그가 이처럼 국내외 수치에 밝은 것은 비단 통계학과 출신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 우리증권·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을 거치며 끊임없이 데이터를 쌓아왔고 IBK투자증권 사장을 역임하며 직원들에게 직접 강의하고 시험까지 보고 있다.
신 사장은 1981년 삼보증권에 입사한 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투자 지침서를 정식 출간하기도 했다. 최근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펼치자 증권가 1세대이자 여의도 '어른'으로 불리는 그에게 질문이 쏠리고 있어 답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
[문일호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