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권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자율협약 체제에서 법정관리 체제로 전환한 STX조선해양은 오는 12월이 되면 기존 수주 선박 건조가 모두 마무리되고 일감이 없는 건조 절벽 상태에 들어간다. 성동조선해양 역시 오는 9월 건조 절벽 상황을 맞는다.
건조 절벽 시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생산직 인력 일부에 대한 무급휴직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노조 반발에 이어 최근 고용 유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문재인정부 출범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채권단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각각 1조원에 달하는 청산가치는 주로 진해조선소와 통영조선소 용지와 도크 등 설비를 추산한 금액인데 매각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채권단 일각에서는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 통합을 통한 '질서 있는 정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두 회사를 아우르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사무직 인력을 통합하고 생산직 인력 감축 규모를 최소화함으로써 연착륙시키겠다는 방안이다. 정부 기조에 따라 공공발주가 늘어나고 해양금융공사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이 원활해질 경우 진해와 통영 야드를 적절히 활용해 1개 회사 규모의 수주를 유지하고 내년 중 조선시황 회복 여하에 따라 회사 축소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실무진은 이 같은 방안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서 산업·기업 구조조정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데다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선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구조조정 실무기관의 역할 재정립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성동조선해양 주주 중 하나이자 RG 발급 기관인 무역보험공사는 산업부 관할인데 관할 부처가 신설 중기벤처부로 이관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어 구조조정을 둘러싼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을 통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필두로 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금융감독원 등 경제부처 개편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정책금융기관 역할 조정 역시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박근혜정부도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고전했는데 당시 해당 정부부처와 국책은행들의 불협화음이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와중에서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수은이 독자 생존을 장담해왔던 성동조선해양 역시 건조 절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부처는 물론이고 산은, 수은, 무보 등 정책금융기관까지 구조조정 라인 전반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조성됐지만 금융당국을 필두로 한 경제정책 라인 조직 개편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성동조선 등 당장의 현안조차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면적 조직 개편을 당장 시행하지 못하더라도 현안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일차적 교통정리를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