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인상기를 맞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케이뱅크 등 고금리 수신상품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의 공세가 거세지자 시중은행들도 잇달아 금리를 높인 신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4종의 연 2%대 예·적금 신상품을 내놓은 우리은행은 하반기에도 비슷한 적금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이 은행이 판매 중인 금리 2%대 수신상품은 총 11종에 달한다. KEB하나은행은 3%가 넘는 금리 혜택을 주는 적금을 출시해 고금리 상품 라인업을 늘리고 나섰다. '하나머니세상 적금'은 만기 때 내야 하는 예금이자 원천징수세액(15.4%)을 1포인트에 1원당 환금이 가능한 하나머니로 돌려주는 방식을 도입해 실질금리를 시중은행 가운데 최고 수준인 연 3.3%까지 높였다.
시중은행의 금리 상승을 이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역시 최근 금리 인상 분위기와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 출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수신상품의 금리 우대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판매 중인 예·적금이 기대 이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만큼 상품 경쟁력을 더욱 키운다는 전략이다.
4월 초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가 내놓은 '코드K정기예금'은 가입 기간 1년 기준 기본금리 1.8%에 우대금리 0.2%포인트를 합해 최고 2.0%의 금리를 제공한다. 우대금리를 받는 조건도 KT, GS25, 네이버 등 제휴사 매장에 들르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낼 수 있는 금리 우대 코드만 입력하면 돼 사실상 거의 모든 가입자가 '연 2%' 금리 혜택을 받고 있다. 이 덕분에 이미 1회에 200억원씩 총 6회차 물량이 모두 팔려 나갔고 시장 반응이 좋자 케이뱅크는 현재 진행 중인 7회차 예금 판매 한도를 300억원으로 늘렸다.
KB국민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 조짐에 맞춰 예·적금 상품을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들어 우대금리를 합하면 1년 기준 최종금리가 최고 2.2%까지 올라가는 적금 2종을 내놓아 연 2%대 수신상품 수를 6종까지 확대했다. 신한은행도 현재 연 2% 이상의 금리를 매긴 적금상품 5종을 판매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도 은행들이 연 2%대 상품을 늘리는 것은 시중은행 거래를 선호하는 기존 고객들을 붙잡아 두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금융회사의 1년짜리 정기예금 상품 평균 금리는 각각 2.07%와 2.05%로 시중은행보다 더 높지만, 거래 안전성이나 접근성 등의 이유 때문에 4대 은행 중심의 주거래은행을 벗어나지 않는 고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이 올해 출시한 2%대 예·적금의 시장 반응은 뜨겁다. 국민은행의 모바일 전용상품 'KB 1코노미 스마트적금'은 매달 1만좌씩 가입자를 모아 출시 3개월째인 현재 총 3만2000좌가 팔려 나갔다. 판매 속도만 놓고 보면 이 은행이 취급하는 예·적금 중 가장 빠르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특히 은행 업무의 주 무대가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스마트폰 뱅킹으로 빠르게 옮겨 가는 데 맞춰 은행마다 자체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하는 무기로 상대적인 고금리 수신상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들의 2%대 수신상품 중 상당
은행들의 이 같은 전략은 이르면 6월 말 제2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하고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구체화하는 하반기에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