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미국 금리 인상 직후 미국 기술주가 조정받는 시기와 맞물려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삼성전자 6월 주가는 2009년과 지난해를 제외하고 7년간 약세를 기록했다. 6월을 전후로 오르던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해 연이어 내리막을 타는 현상도 관측된다. 2008년 6월 약세로 전환한 삼성전자 주가는 그해 8월까지 하락세를 탔다. 2011년과 2013년 역시 6~7월 연속 주가가 조정 압력을 받았다. 2015년에는 4월부터 주가가 약세로 돌변해 그해 8월까지 5개월 연속으로 주가가 미끄럼틀을 탔다.
이는 삼성전자 주력 상품인 반도체 산업 경기와 무관하지 않다. 연말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반도체가 많이 들어간 정보기술(IT) 제품이 소비 정점을 찍으면 제조업체들은 이듬해 봄까지 반도체 재고를 쌓는다. 어느 정도 창고가 채워진 초여름을 전후로 발주량이 줄어들면 반도체 가격이 내려간다. 매년 비슷한 추이가 반복되는 걸 간파한 시장 참가자들은 6월을 전후로 반도체 관련주 매도에 돌입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IT 관련 주식은 6~9월 수익률이 좋지 않았다"며 "이 같은 흐름이 올해도 이어진다면 당분간 코스피 조정장세는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6.2% 오르며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29조2407억원)이 올해 5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자 주가가 큰 조정 없이 위로만 움직였다. 지난 4월 삼성전자가 54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자 주가 흐름은 더 탄력을 받았다. 올해 2분기 예상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30%가량 오른 13조원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탄탄한 실적에도 주가 하락에 대한 염려가 끊이지 않는 것은 지난 10년간 삼성전자 주가가 '6월의 저주'에 빠진 핵심 원인이 실적보다는 투자심리 약화였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3년 2분기 이 회사 영업이익은 9조5307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4616억원) 대비 47.5%나 늘었다. 하지만 그해 6월 주가는 한 달 새 12.6%나 하락했다. 단기 주가 흐름이 반드시 실적과 나란히 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특히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금리 인상을 전후로 그동안 많이 올랐던 미국 IT섹터가 하락 추세를 타고 있어 삼성전자 주가 향방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기술주가 주로 포진한 미국 나스닥 지수는 이틀 연속 조정받으며 약세다. 지난 8일(현지시간) 1138.25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5일 1070.76까지 떨어졌다. 5거래일 만에 지수가 6% 가깝게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6개의 대표적 반도체 관련주로 이뤄진 이 지수는 반도체 관련 주식의 투자지표로 주로 활용된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차원에서 반도체 업종 전망치는 내려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도 원화값이 떨어지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데다 4차 산업혁명 등에 올라 탄 반도체 경기가 언제든 살아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환차손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