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삼성전기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97.8%로 집계됐다. 이는 코스피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33.0%)와 SK하이닉스(45.4%)의 2~3배에 달하며 시가총액 20위권 종목 중 가장 크게 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59.1%)와도 큰 차이를 나타낸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은 올 들어서만 각각 삼성전기 주식 2997억원과 31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갤럭시노트7 관련 악재가 불거지기 시작했던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삼성전기 주식 1187억원과 846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바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삼성전기 '쌍끌이' 매수에 나선 것은 실적 개선 기대감 덕분이다. 업황 호조에 따라 모든 사업부 영업이 개선되면서 지난해 부진을 단기간에 떨쳐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244억원) 대비 1069.5% 급증한 2854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2200억원 안팎이던 전망치는 두 달 만에 30% 가까이 올랐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8 판매 호조와 중국 수출 카메라모듈 증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소형 고용량 비중 증가로 수익성이 기대보다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며 "올해 영업이익 3575억원에서 내년에는 6000억원 이상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고수익 제품인 MLCC의 가격 강세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02년 이후 연평균 10~15% 하락하던 IT용 MLCC 가격이 올 3분기부터 상승 전환해 15년 만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자율주행차와 고급 스마트폰 수요 증가는 글로벌 MLCC 점유율(25%) 2위 업체인 삼성전기의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크게 모듈(DM)·소자(LCR)·기판(ACI) 사업으로 나뉘며 MLCC는 LCR 내 주요 제품이다. 1분기 말 기준 매출 비중은 DM이 49.7%, LCR와 ACI가 각각 31.4%와 18.9%다.
삼성전기 주가 상승세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포기하면서 삼성전기·삼성SDI·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의 향방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선 순환출자 고리 위에 있는 한 계열사 지분만 처분하면 되지만 삼성전자·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의 경우 지배력 약화 우려가 있어 지분 매각이 쉽지 않다.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매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이런 이유에서 삼성전기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2.61%·6900억원 규모)를 오너 일가나 다른 계열사에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물산 지분 매각으로 거액의 자금이 유입된다면 기업 가치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삼성전기는 2014년 삼성SDS 상장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삼성SDS 지분을 공모로 시장에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공모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1조1589억원 규모 자금을 끌어들였다.
정성엽 대신지배구조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보유지분 가치에 상당하는 현금이 순환출자구조 유지를 위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기는 전일 대비 500원(0.5%) 오른 10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기는 전날 10만원에 마감해 2013년 3월 27일 이후 처음으로 주당 10만원을 회복했다.
[이용건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