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삼일회계법인 대표이사(사진)가 26일 '호칭 파괴'를 선언했다. 이날 파트너 총회를 연 김 대표는 우선 직원들끼리 호칭을 '선생님'으로 통일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그동안 대표와 부대표, 전무, 상무로 이어지는 수직적 임원 직급체계를 다음달부터 '파트너'로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파트너는 소속 회계법인 지분을 보유한 임원들로 법인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자리다. 직급 체계가 하나로 통일된 만큼 파트너는 직책에 따라 구별된다.
김 대표의 이번 실험은 작년 말 안경태 당시 삼일회계법인 회장이 물러나고 당시 부회장이었던 김 대표가 새로운 대표이사로 추대되면서 시작됐다. 직원 수 3000명이 넘는 국내 최대 회계법인에서 13년 만에 새로운 수장이 나오면서 획기적인 조직문화 변화가 예고된 것이다.
김 대표는 취임 전부터 직급·호칭 통일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취임하자마자 임직원을 만나 이 같은 직급 파괴 계획에 대해 설득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김 대표는 "내부 반발이 없지 않았지만 앞으로 '열린 경영'이 필수"라며 "전문가 조직에서 직급 상하 구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변화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는 전언이다. '선생님'이란 호칭은 삼일회계법인 설립 초창기 때 이미 쓰던 용어다. 35세 나이에 삼일을 세운 서태식 명예회장은 이 호칭을 통해 직원 간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삼일은 돈을 버는 직장을 떠나 전문가로서 배움의 터"라고 강조해왔다.
삼일이 이후 급속히 성장하고 외부 경력 직원이 급증하면서 선생님이라는 호칭보다는 일반 회사의 직급 체계와 호칭을 주로 사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회사는 전문가로서 자기 계발을 하고 수평적 조직문화 속에서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 활발한 정보와 의견을 교류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며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의견들을 수렴해 소통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단행한 인사에선 감사 부문 리더에 윤훈수 파트너, 딜 비즈니스 부문 리더에 배화주 파트너가 각각 임명됐다. 세무 부문의 고성천 파트너는 연임됐다. 삼일은 여성 4명과 외국인 1명 등 신임 파트너 34명도 영입했다.
앞서 한영회계법인도 7월부터 상무·전무·부대표로 구분된 호칭을 '파트너'
한영 관계자는 "회계법인에서 직급·호칭 단일화가 하나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며 "나이나 성별에 대한 차별 없이 능력에 따라 직책을 부여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