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집값 급등은 투기수요 때문이지 공급 문제와는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잘못된 인식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주택보급률, 입주 물량, 주택 노후도 등을 면밀히 살펴 서울 주택 수급에 대한 관점을 다시 세우라는 조언도 제시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의 주택보급률(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수치)은 96%다. 이주할 때 발생하는 공실 등을 고려해 학계에서 판단한 적정 주택보급률(105~110%)보다 낮다. 서울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자료를 봐도 서울의 인구 1000명 당 주택 수는 355.7호로, 파리(605.7호)·도쿄(579.1호)·뉴욕(412.4호) 등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할 때 상당히 떨어진다.
일부에선 주거용 오피스텔, 기숙사 등이 빠졌기 때문에 실제 주택보급률이 수치보다 높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외국인 수요와 멸실주택 역시 계산에서 제외된 만큼 주장에 대한 근거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이 더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기준 등록된 외국인은 27만명이 넘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피스텔 등이 주택보급률에서 공급 측면의 '사각지대'라면 외국인 등은 수요에서 같은 역할을 한다"며 "모든 수치를 고려해도 서울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입주 물량도 서울 지역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올해 서울의 입주 물량은 2만6331가구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입주 물량인 3만2364가구보다 19% 감소한다. 내년 입주 예정분도 3만3999가구로 역대 최대였던 2008년(5만5647가구)보다 크게 적다.
게다가 서울은 택지개발과 보금자리주택 등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끊기고 신규 공급 루트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에 한정된 상황이다. 기존 입주자에게 돌아가는 물량이 상당수라 실제 물량은 더 적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아파트 공급은 기존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물량이 70% 가까이 된다"며 "조합원 입주 물량 외에 일반분양 공급은 과거보다 급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도 입주 물량이 서울에 주는 부담 여부는 논쟁이 가장 치열한 부분이다. 올해 경기도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2만2544가구로 작년보다 40% 늘어난다. 내년에는 15만5197가구로 작년보다 2배 가까이 급증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서울 지역 주택공급이 경기도의 영향을 받아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아파트로만 영역을 좁혀도 비슷한 경향을 찾을 수 있다. 서울에서 입주한 지 20년 이상 된 아파트 비중은 전체의 71.2%다. 도봉구(86.9%) 노원구(85.5%) 등이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강남구(76.7%) 서초구(71.0%) 송파구(74.5%) 등도 만만치 않은 비중을 기록 중이다. 그나마 서울에서 '새 아파트'가 많다는 마포구(59.7%) 성동구(62.3%) 등도 절반을 뛰어넘는다.
채상욱 연구원은 "서울은 양질의 '새 집'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며 "6·19대책에도 사람들이 견본주택에 몰리고, 강남의 신규 아파트와 분양권에 돈이 몰리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요 측면에서도 서울은 안정적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2인 가구 증가와 외국인 거주민 유입 등으로 수요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총 가구 수는 2045년까지는 성장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투기수요가 붙어 가격 과열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대출규제 등 수요 측면을 묶는 정책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정부는 수요와 공급을 따져 정책을 좀 더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