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규제가 수도권, 부산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된 틈을 타 광주시 주택시장에서 투기 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시 북구 본촌동에 짓는 '힐스테이트본촌'은 6월 9일 1순위 청약 때 평균 41.51대1의 청약 경쟁률로 모든 타입이 마감됐다. 그뿐만 아니라 6월 21~23일 정당계약 기간에 100% 계약이 완료됐다. 일반분양 규모는 166가구에 불과했지만 총 834가구 중 668가구가 조합원 몫이어서 인기가 좋은 동호수는 대부분 조합원에게 돌아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 놀랄 만한 성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층이거나 조망이 안 좋은 일부 동호수는 정당계약 기간이 끝난 뒤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제 주인을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정당계약 기간에 모두 팔렸다는 것은 전매가 자유롭다는 점을 이용해 일부 업자가 물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힐스테이트본촌은 분양가도 비싼 편이었다. 최근 실거래 가격이 가장 높았던 양산지구 현진에버빌에 비해 약 1000만원 비싸게 분양가가 책정됐다. 정당계약이 6월 23일 끝났지만 일주일도 안 돼 벌써 분양권에 웃돈이 붙었다. 본촌동 H공인 관계자는 "전용면적 84㎡는 피가 2000만원가량 붙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시에서는 높은 청약 경쟁률이 곧바로 높은 계약률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일단 청약해보고 정당계약 전까지 웃돈이 붙으면 계약하고 그렇지 않으면 계약을 포기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말 분양했던 '광주계림2차두산위브'가 대표적이다.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4대1로 전 타입이 마감됐지만 정당계약 기간 계약률은 30% 수준에 불과했다. 광주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건설사 마케팅 담당자는 "광주시 주민들은 전체적으로 공급과잉이지만 일부 잘되는 지역에서 지어지는 새 아파트 시세는 계속 오른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며 "일부 업자뿐만 아니라 일반 중산층도 광범위하게 주택시장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 등 지방 광역시들은 인구가 100만명 이상이어서 기본적인 주택 수요가 풍부한 데다가 작년 11·3 부동산대책에 이어 이번 6·19 부동산대책에서도 조정 대상 지역에서 빠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종의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평가다. 광주시는 분양권 전매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데다 2주택 이상 보유자도 1순위 청약자가 될 수 있다. 또 최근 광주시에서 분양하는 단지 중에는 계약금을 2회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곳도 있어 적은 자본으로 단기간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한 광주시 부동산 관계자는 "7월 1일 전입하면 7월 2일 분양받을 수 있도록 돼 있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투자자들도 기웃댄다"며 "계약금 2000만~3000만원씩만 걸어놓은 뒤 5000만원가량 웃돈이 붙으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곧바로 차익실현하는 투자자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광주시에서 투기가 횡행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는 최근 4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은 미분양 물량에서 찾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광주시 미분양 아파트는 총 1392가구에 달했다. 2013년 4월 1471가구를 기록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최근 발표된 5월 말 통계에서는 1326가구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미분양 물량이 많은 편이다. 2015년만 해도 미분양 물량은 200가구 수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개 신규 분양 아파트 가격이 미분양 아파트보다 비싸기 때문에 미분양 아파트가 먼저 소진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미분양 물량이 4년여 만에 최고 수준인데도 최근 아파트 분양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이 많은 가운데 높은 청약 경쟁률이 나타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은 광주시에서 인기 청약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의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물론 있다. 북구·서구 등은 출퇴근이 편리해 인기가 높다. 반면 광산구 등은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해 이 지역 미분양 물량이 쉽게 소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주시에서 미분양 물량이 많은 자치구는 광산구(623가구)와 동구(363가구)에 몰려 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농성SK뷰센트럴(서구·111.98대1), 힐스테이트본촌(북구·41.51대1), 광주화정엘리체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