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들이 보험료 인하에 나선 것과 관련해 업계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손해보험사들이 상대적으로 인하 여력이 있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카드로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일 한화손해보험은 다음달 6일부터 효력이 발효되는 개인용 자동차보험 보험료를 1.6% 인하한다고 밝혔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큰 폭으로 개선돼 고객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보험료를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화손보의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손해율과 사업비 비율을 합한 것으로 100% 이하면 이익 발생)은 올 들어 5월 현재 95% 수준이다. 자동차보험을 팔아 돈을 벌고 있다는 얘기다.
한화손보의 선제적인 가격 인하에 대형 손보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은 보험료 인하 검토에 들어갔고 합산비율(4월 누적 기준)이 91.4%로 가장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악사손보 역시 보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업계에서는 연초 이후 4월까지 누적 기준 삼성화재(94.5%), 동부화재(96.5%) 등 대다수 보험사의 합산비율이 100% 아래여서 추가적인 인하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올 들어 자동차보험 수익 개선에 삼성화재(전년 대비 1~5월 순이익 52.5% 증가), 동부화재(76.4%), 현대해상(38.1%), 메리츠화재(50.2%), 한화손보(52.5%) 등 대다수 손보사 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해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은 커졌지만 보험사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업계 일각에서 "지난해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경미한 사고 차량의 과다 수리비 지급 관행을 개선하는 등 보험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보험사들이 자신들이 받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할 때"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매일경제가 최근 주요 손보사 들을 조사한 결과 연내 보험료 인하를 검토 중이라는 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대신 손보사들은 직접적인 보험료 인하 대신 마일리지 특약, 자녀할인 특약 등 특약 신설을 통해 보험료 인하 압박을 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손보사들은 온라인 광고 등을 통해 자동차보험 할인 특약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가 대폭 인하될 수 있다며 특약 가입을 주문했다. 하지만 특약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은 일부에 불과한 만큼 전체적인 보험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실손보험료 인하법'을 제정해 실손보험료를 인하하겠다고 나선 뒤 오비이락 격으로 한화손보가 자동차보험료를 전격 인하했고 다른 손보사들도 보험료 인하에 동참할 준비를 하고 있다. A손보사 관계자는 "인하 여력이 없는 실손보험료를 낮추는 것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새로운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맞설 수는 없어 그나마 인하 여력이 있는 자동차보험 등의 인하 가능성을 살펴보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B손보사 관계자 역시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것은 낮춘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4월 말 현재 삼성화재(실손보험 손해율 107%), 동부화재(114%), 한화손보(
C손보사 관계자는 "사업 구조만 놓고 보면 실손보험 사업 자체를 줄이거나 철수하는 게 맞지만 함부로 나설 수가 없어 정부와 업계 눈치만 보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