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택 보성산업 사장
서울 송파구 보성산업 본사에 있는 이 사장 집무실 입구에 걸려 있는 '창의성이 답이다'라는 표어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그는 "도시를 새로 바꾸는 획기적인 디벨로퍼가 되는 게 보성산업의 꿈"이라며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도전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디벨로퍼의 첫 번째 덕목은 창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발굴해 국내 넘버원(No.1) 디벨로퍼로 성장하는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래서일까. 보성산업의 최근 행보는 건설업계에서도 눈에 띈다. 인천 청라시티타워 및 복합시설 개발 프로젝트의 민간 사업자로 선정됐고, 청량리 동부청과시장 정비사업도 추진 중이다. 새만금지구의 핵심 사업인 신시·아미 복합레저타운 개발과 함께 '스마트시티'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는 서남해안 기업도시 개발사업 등도 맡고 있다. 신도시 건설(청라)과 도심재생(청량리), 복합레저타운(새만금), 4차 산업혁명 관련 미래 도시(서남해안 기업도시)처럼 디벨로퍼가 손댈 수 있는 영역은 모조리 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 개발사업을 주로 하는 국내 기존 부동산 디벨로퍼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신영이나 MDM이 주택사업으로 성장한 '1세대 디벨로퍼'라면 롯데자산개발·SK D&D 등은 복합상업시설을 주로 맡는 '2세대'라 볼 수 있죠. 저희는 '3세대'를 꿈꿉니다. 진정한 의미의 개발형 디벨로퍼라고나 할까요."
여러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현재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곳은 청라와 청량리 프로젝트다. 특히 보성산업은 청라 프로젝트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이경택 사장은 "청라시티타워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청라가 한국 최고의 국제도시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게 목표"라며 "청라국제도시 하면 보성산업을 떠올릴 수 있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청라 프로젝트의 핵심인 청라시티타워 및 복합시설 개발사업은 청라호수공원 중심부에 위치한 복합용지(3만3058㎡)에 높이 448m의 전망타워와 쇼핑·문화시설 등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하 2층~지상 25층 규모로 2022년 2월 준공될 예정이다.
시타타워가 준공하면 우리나라에선 가장 높은 타워 건물이 된다. 세계에서는 일본 도쿄 스카이트리(634m), 중국 광저우 캔턴타워(610m) 등에 이어 6번째로 높다. 단일 건물로는 국내에서 현대차그룹 신사옥(GBC)과 제2롯데월드타워에 이어 세 번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타워건물은 사무실 등이 없고 사람이 상주하지 않아 일반 빌딩과는 다르게 분류된다.
이 사장은 시티타워를 세계 어느 타워 건물과 비교해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건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시티타워는 겉면을 유리로 덮는 '커튼월(curtain wall)' 방식으로 시공한다. 세계 유명 타워 대부분이 골조를 노출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또 밤엔 타워 뒤편에 설치된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타워 전면 파사드에 노출시켜 건물 자체는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이른바 '사라지는 타워(invisible tower)' 공법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밤엔 반짝거리는 크리스털 이미지의 건물에 영상을 입혀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타워를 단순한 전망대 건물로 만들면 날씨가 좋지 않을 때나 야간에는 쓸모가 없다는 단점이 있어요. 청라시티타워는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을 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용할 생각입니다. 호수 조망이 가능한 판매시설과 광장, 스파 등을 설치해 건물 내부도 다양한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
보성산업의 청라 프로젝트는 시티타워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복합로봇단지를 만들어 '로봇산업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에도 이 회사는 발을 담그고 있다. 최근 이 지역에 '큐레이션 아파트'를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치밀한 사전조사를 통해 축적된 고객 수요에 맞게 수납, 피트니스, 조경, 사물인터넷(IoT) 등 각계 최고 전문가 집단을 설계부터 시공까지 참여시킨 아파트다. 청량리 동부청과시장 정비사업은 이 구역에 지상 50~59층 4개 동에 1160가구의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사업이다. 롯데건설이 근처에서 진행 중인 '청량리4구역 복합개발'과 함께 '청량리 르네상스'를 결정짓는 중요 프로젝트로 꼽힌다. 청량리 얘기를 꺼내자 이 사장은 최근 정부의 도심재생 사업에 관한 조언을 쏟아냈다.
"정부 도심재생 사업은 낙후된 영세마을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맞는 방향이지만 아쉬운 측면은 도시 경쟁력 부분에 대한 고민이 조금 부족하다는 거예요. 주택가는 정부의 재생 방향이 맞겠지만 도심은 경제 기반형 재생인 정비사업이 더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생각이 너무 '재생'에만 꽂혀 있고, '정비'는 멀리 두고 있어요. 청량리가 도심 정비의 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부동산 개발사업은 장기 투자로 리스크가 수반되는 만큼 수익성을 최우선에 두고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작년 기준 수주액이 2356억원인데 2020년까지 1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부터 세웠다"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도전 정신'만큼은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이 사장 지론이다. 그는 최근 건설업에 대한 인식이 '땅이나 팔아먹는 것' '무식한 산업'으로 치부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건설업도 건축·토목에서 기계·전기·통신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며 "새로운 것이 있으면 주거시설에 도입해 보려 했던 선배들의 '도전 DNA'를 후배들이 되살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크게는 도시, 작게는 주택을 보면 모든 기술이 실현되고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미래를 준비한다면서 건설업을 빼놓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보성산업이 스마트시티를 준비하는 일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개념이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없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준비는 반드시 해야 해요. 자율주행차와 드론을 실험하고, 에너지 절감과 스마트 팜(Smart Farm)을 실행하는 스마트시티를 만들어 보는 것이야말로 건설업, 나
■ He is…
△1960년생 △숭실대 영어영문학과 △한양대 경영대학원 석사 △2003~2007년 삼성물산 주택영업본부 상무 △2007~2010년 삼성물산 개발사업본부 상무 △2010~2014년 삼성물산 특수개발본부장 △2014년~현재 보성산업 대표이사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