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영업자 중 절반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에 하나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6일부터 자영업자에게도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이 허용되는 만큼 이들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보험연구원 류건식 선임연구위원의 '자영업자의 퇴직연금 가입니즈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영업자 가운데 공·사연금에 모두 가입하지 않아 '연금 사각지대'에 빠진 비중은 49.3%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IRP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자영업자는 36%에 불과했다. 소득계층별로 보면 중소득층(월 소득 201만 이상~400만원 이하)의 가입의향은 47.9%로 높지만 고소득층(401만원 이상)과 저소득층(200만원 이하)은 각각 26.8%와 24.1%에 머물렀다.
IRP는 개인이 적립한 퇴직금을 55세 이후 연금으로 찾아 쓸 수 있는 통장으로, 최대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10년 이상 유지해야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개인연금저축과 달리 IRP는 의무 가입 기간이 없다. 현재는 퇴직금 수령자나 퇴직연금 가입사업장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26일부터 자영업자,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 가입 대상자가 확대된다. 전국 58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가 노후보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영국처럼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자영업자도 자동적으로 IRP에 가입하게 하는 자동가입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임의가입 형태라 원하지 않으면 가입을 안 해도 된다.
근로자와 달리 때때로 긴급사업자금이 필요한 자영업자의 특성을 반영해 미국처럼 일정한 범위 내에서 중도인출을 허용하고, 이들의 투자성향을 고려한 자영업자 특화형 디폴트옵션제 도입도 고려할만 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에 가입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연금자산을 운용해주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내
류건식 위원은 "정부가 추진 중인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상 재정지원 대상에 영세자영업자까지 포함해 퇴직연금 가입을 적극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