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업체를 꿈꾸면서 집중 공략했던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 실적 전망과 주가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지속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논의와 같은 국외 악재에다 최근 국내에선 노조의 파업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가' 상태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기준 순위는 2014년 2위, 2015년 3위, 작년 4위에 이어 올해는 5위 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에서 신차 출시 효과와 향후 러시아와 같은 신흥시장 판매 증가로 작년보다는 올해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이익 하락세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16일 증권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5조2856억원, 1조5526억원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영업이익은 최근 3개월새 3%나 하향 조정된 것이다. 증권사들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추정치를 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현대차의 실적은 점차 낮추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대비 11.9%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실적 추정의 근거는 국외 시장이다. 올 상반기 현대차 국외 판매량은 185만3559대로 작년 같은기간 보다 9.3% 감소했다. 이같은 수치는 2012년(185만1899대)이후 최악의 판매고다.
사드 악재로 중국 시장에서 올 상반기 현대차 판매는 1년새 절반으로 떨어졌고 미국에서도 같은기간 8.6% 줄었다. 특히 중국과 함께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의 부진이 심각하다는 평가다. 지난 달 미국 판매량이 작년 6월 보다 19.3% 감소했는데 이같은 감소폭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FTA 재협상으로 관세 2.5%가 부활하면 현대차 수익성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 다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다. 지난 2012년 FTA 발효로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에 들어올 때 기존 8% 관세가 무관세로 변했지만 한국의 경우 기존 2.5%가 4년간 유지되다가 무관세로 바뀌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북미 지역 3개 현지 공장을 운영하면서 10년새 현지생산 제품의 판매 비중이 2배나 뛰었다"며 "현대차와 기아차 손익 방향에는 FTA 관세율 변화 보다 미국 자동차 수요나 환율변동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신차 숫자와 경쟁력인데 올 하반기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신차는 단 한종(쏘나타 뉴라이즈) 뿐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북미법인 적자가 1년새 2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유진투자증권은 현대차 북미법인의 적자 규모를 작년 4319억원에서 올해 917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인데도 노조들은 파업을 준비해 실적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해 6년 연속 파업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파업에 따른 피해규모가 13만대에 달해 현대차가 작년 3~4분기중 2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며 "신차가 출시돼도 파업이 장기화되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차 역시 파업을 준비 중인데 올 2분기 영업이익은 5897억원이다. 작년 동기대비 23.5%나 감소해 현대차 보다 더 심각하다. 현대차 처럼 국외 시장에서 부진하기 때문인데 내수 시장에서도 신차 경쟁력이 현대차 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국, 중국에서 차 모델이 모두 노후화돼 판매 실적 악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상품성을 개선하는 신차 출시도 구조적으로 더뎌 내년 까지 고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부품업체 현대모비스도 현대차 의존도가 높아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618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21.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신흥시장은 한 줄기 빛이다. 올 상반기 러시아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작년 보다 16.2% 증가했다. 인도에선 현대차의 판매량이 작년 보다 4.1% 증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동, 아프리카와 같은 또 다른 신흥시장도 집중 공략 중"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이들 현대차 3인방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지난 13일 까지 현대모비스는 9.8%나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9%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현대차는 현 주가 수준이 올해 실적 대비 저평가됐고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져 3인방 중 가장 낫다는 평가
현대차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6배로 청산가치 보다 낮은데다 경쟁사인 독일 폭스바겐(0.6~0.7배)이나 일본 도요타(0.8배) 보다 저평가돼 있다. 올 들어 외국인은 현대차를 7000억원 넘게 순매수 중이다. 현대모비스에 대한 순매수는 5800억원, 기아차는 1000억원에 그쳤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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