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들어 중소형 전기·전자 부품주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IT 업종 호황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발빠르게 '입도선매'에 나선 것이다. 이미 국민연금이 대량 매수한 삼화콘덴서 등 일부 종목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도 눈에 띈다.
18일 매일경제가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국민연금 보유종목을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지분 5% 이상을 신규 편입한 종목은 모두 19개(현대중공업 분할 3사 제외)로 집계됐다. 총 129개 종목 지분율을 늘린 반면 110개 종목에 대해선 비중을 축소했고, 68개는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국민연금 보유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종목 중에선 디스플레이·전자 장비 관련 중소형주가 대거 편입된 점이 특징이다. IT·전자 부품주 비중이 신규 편입 종목의 42.1%(8개)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디스플레이 부품 기업이 4곳으로 가장 많았다.
신규 편입 종목의 공통점은 올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전망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점이다.
인쇄회로기판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를 만드는 이녹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00~350억원으로 전년(95억원) 대비 최소 3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실적 전망에 주가도 연초부터 지난 5월 말까지 100% 가량 상승했지만 이후 분할·합병 발표 등으로 주가가 급락해 추가 상승 여력이 높다는 평가다.
이녹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5배로 동종업체 평균인 130배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태이며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45배에 그친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 초 이녹스 지분 5.08%를 사들인 바 있다. 연초 국민연금이 지분 5.01%를 매입한 산업용 모니터 제조업체 코텍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40~3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코텍 주가는 올 들어 6% 하락했으며 PER은 5.3배(동종업체 130배), PBR은 0.8배에 불과하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카지노용 모니터를 중심으로 한 구부러진(Curved) 모니터 제품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어 급격한 환율 변동만 없으면 최소 2019년까지는 성장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신규 편입하거나 지분율을 크게 높인 코스피 종목 가운데선 롯데쇼핑·제주항공·삼성전기 등이 눈에 띈다.
국민연금은 롯데쇼핑 지분을 지난 4월과 6월 각각 4.97%와 1.1% 사들이며 다시 바구니에 넣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4월 롯데쇼핑 지분을 5% 이하로 낮추고 이후 모두 처분했으나 롯데쇼핑 주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1분기까지 5년래 최저 구간(19만원~21만원)으로 떨어지면서 가격 매력이 부각된 것이 매수 배경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 주가는 국민연금이 투자에 나선 지난 4월27일부터 이달 17일까지 까지 8.2% 올랐음에도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5배에 그친다. 삼성전기 지분율도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꾸준히 늘렸다. 지난 하반기 삼성전기의 실적과 주가가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여파에 추락하자 회복세를 염두에 두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전기의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해 240억원에서 올해 3000억원 이상으로 '정상궤도' 진입이 예상되자 삼성전기 주가는 올 들어서만 108.6% 급등했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 연말부터 보유 지분을 정리한 후 지난달 초 지분 5.35%를 다시 취득했다. 제주항공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950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 들어 국민연금의 신규편입 종목 중 평가차
[신헌철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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