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P2P금융 플랫폼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에어세이브, 원단가공기업 서현에프 등 다수 중소기업이 P2P금융업체 8퍼센트를 통해 중금리 대출을 받았다. 중소기업 대출상품 만기는 보통 1년, 금리는 연 10%대 초반이다.
중소기업들이 P2P대출을 활용하면 설비 자금, 자재 구입 자금이 필요할 때 수백 명의 개인투자자에게서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쏘카, 야놀자, 패스트파이브 등 유망 스타트업들도 8퍼센트를 통해 중금리 대출을 받았다. 8퍼센트의 중소기업 대출은 담보·무담보가 모두 가능하며 만기 설정이 자유롭고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도 일시적으로 자금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 꽃피우기 직전에 고사할 수 있다"며 "국내 중소기업들에 합리적인 수준의 금리로 자금을 적시에 제공하는 한편 투자자들에게는 안정적 수익과 가치 있는 투자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P2P대출 서비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P2P금융 플랫폼 펀다는 카드사와의 업무 제휴를 통해 매장 매출 등 빅데이터를 분석한 뒤 10% 초반대 중금리로 자영업자들에게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사회 공헌성 펀딩도 진행한다. 지난해 말 서초구청과 함께 강남대로 노점상들의 푸드트럭 전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펀딩을 진행한 바 있고, 창업에 꿈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자본 외식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펀다 창업 프로젝트-무자본 외식 창업 오디션'을 진행했다.
피플펀드는 올 들어 홈쇼핑에 납품하는 기업에 매출채권을 담보로 긴급 자금을 융통해주는 상품을 선보였다. 홈쇼핑 매출채권 양도계약을 통해 담보를 확보한 뒤 투자금을 모집하고 대출해주는 식이다. 홈쇼핑에서 판매된 상품 매출을 정산해 원리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정부도 P2P금융을 통한 중소기업 자금 중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전자어음을 담보로 하는 P2P대출 중개시장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무학그룹과 코스콤이 출자한 한국어음중개는 전자어음을 전문으로 하는 P2P금융 플랫폼을 통해 전자어음을 담보로 10% 중반대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향후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이 P2P대출을 이용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P2P대출은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중소기업·자영업자라고 해도 정밀 심사를 거쳐 매출 등 재정 상황이 건실하면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업 등 2금융권에 비해 대출금리도 저렴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월 발표한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P2P)에 대한 중소기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소기업 300곳 중 32.7%(98곳)는 P2P대출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말 P2P대출 평균 금리는 16.6%를 기록한 반면 대부업체 대출 평균 금리는 이보다 높은 23.5%였다.
P2P업체 관계자는 "P2P대출은 은행에 비해 대출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 단기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유용하다"며 "연 10%대 초반 금리 수준도 2금융권에 비해선 높지 않아 앞으로 P2P금융이 중소기업의 소액 긴급 자금 대출 통로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