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수요를 잡기 위한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이 곧바로 '풍선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되지 않은 부산에서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기록적인 성적이 나온 것은 물론 청약 직후부터 5000만원선의 '물딱지' 프리미엄이 형성될 정도다.
물딱지란 신혼부부와 다자녀·장애인·국가 유공자 가구 등에게 우선적으로 청약 기회를 주는 특별공급에 당첨된 분양권을 뜻한다. 당첨은 됐지만 동·호수는 아직 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같은 용어로 불린다. 업계 관계자는 "물딱지는 분양권 웃돈을 형성될 지 여부를 가늠하는 초기 지표로 투기지역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정부가 이번에 투기과열지구를 선정하기 위해 설정한 기간인 올 상반기 동안 서울보다 더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이곳을 제외함으로써 정부가 풍선효과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또 과열양상을 뻔히 알면서도 부산을 제외한 것을 두고 이번 대책이 '투기'가 아닌 '강남'을 겨냥한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3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57.9대1의 경쟁을 보인 부산 서구 '대신2차 푸르지오(서대신6구역 재개발)'의 경우 현재 '물딱지' 시세가 4000만~5000만원 선이라는 식의 말이 오가고 있다. 앞서 분양한 수영구 민락동 'e편한세상 오션테라스' 역시 물딱지 시세가 5000만원에 달한다.
대신2차 푸르지오는 1순위 당첨자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나 중개업소 사이에 예상 프리미엄을 거론하는 '초피'도 등장하고 있다. 이 역시 분양권 전매가 횡행하는 지역에 주로 등장한다. 부산 서구 서대신동 A공인 관계자는 "이미 부산 일대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를 통해서 '대신2차 푸르지오의 '초피'가 3000만원 간다'는 식의 댓글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7월 분양한 '동대신브라운스톤하이포레'(경쟁률 178.1대 1)의 경우 초피가 4000만원 선에 형성돼있지만 규제가 적용되지 않은 만큼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은 올 상반기 아파트가격 상승률이 1.64%로 1.46% 오른 서울보다 더 컸다. 또 올들어 청약경쟁률 상위 5위에는 1위 대구(범어네거리 서한이다음, 280대1)을 제외하고 2~5위를 부산지역 분양단지가 차지했다. 정부는 8·2대책의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선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산은 집값 상승률, 청약경쟁률 뿐 아니라 다운계약 등 편법 거래가 관행처럼 통해 왔다"며 "투기를 잡겠다면 지방 주택시장의 거래질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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