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임을 하고도 10년 넘게 이어온 제자 사랑, 진정한 '선생님 상'이 아닐까요.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교장으로 퇴임하고 12년동안 학교 뒷산을 식물원으로 가꾸며 학생들과 연을 이어가고 있는 원로 교사가 있어 화제입니다.
C&M뉴스 김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 손에 호미를 들고 텃밭 가꾸기에 바쁜 양승엽 교사.
교장으로 정년 퇴임한 지 12년이나 됐지만 이곳은 양 교사의 일터나 다름없습니다.
인터뷰 : 양승엽(76세) / 97년 보성고교 교장 퇴임
-"잣나무를 심었는데 장마 때 죽어서 저기에다 멀 심으면 좋겠다 생각했지. 그게 저기 큰 원나무야."
산마늘, 산개불주머니, 원추리.
이름은 생소하지만 꽃이 피면 더 없이 아름다운 야생화들.
아파트촌 학생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전해집니다.
인터뷰 : 양승엽(76세) / 97년 보성고교 교장 퇴임
-"싹이 돋아난 게 정말 신기하고 탐스럽지? 이게 봄나물로 맛이 있대요. 선생님도 먹어봤어. 시골에서 살 때..."
겨우내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와 이끼를 제거하자 고운 흙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팔을 걷어 부친 학생들, 책이 아닌 자연에서 큰 것을 배워갑니다.
인터뷰 : 이명준 / 보성고 2학년
-"자연에 대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는데, 직접 나무를 심고하니까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
작은 묘목 하나로 시작한 텃밭은 이제 150여 종의 나무와 꽃의 보금자
인터뷰 : 양승엽(76세) / 보성고교 교장 퇴임
-"주위의 모든 분들이 많이 도와준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동안 꽃밭을 가꾸려고 한다."
그가 키워낸 제자 만큼이나 수 천 송이의 꽃들이 고개를 드는 4월이 기다려집니다.
C&M뉴스 김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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