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뱅發 금융권 전격 금리조정
영업 개시 2주째를 맞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계좌 200만개를 돌파하고 1조원에 가까운 예·적금을 끌어모으는 등 돌풍을 이어가면서 수익성 하락을 감수한 채 예금·적금·대출금리를 조정하는 은행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량고객들이 카카오뱅크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예·적금 금리는 올리고 대출금리는 내리는 한편 수수료를 면제한 특판 상품까지 내놓고 있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9일 '코드케이(K) 정기예금' 10회차 가입자 모집을 시작하면서 기본금리(가입기간 1년 기준)를 연 1.8%에서 1.9%로 0.1%포인트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대금리 0.2%포인트까지 반영하면 최고금리가 연 2.0%에서 2.1%로 오르게 된다. 코드K정기예금은 네이버 검색창에 '코드K정기예금'을 입력해 코드를 받고 상품에 가입하면 0.2%포인트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 4월 3일 영업을 개시한 케이뱅크가 예금금리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뱅크의 진격에 위기의식을 느낀 케이뱅크가 수익성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전격적으로 예금금리를 올리는 맞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재 시중은행 평균 예금금리는 연 1.58% 수준이고, 카카오뱅크 예금금리는 최고 연 2.0%다. 케이뱅크는 또 다른 예금 상품인 '플러스케이(K) 정기예금' 상품 기본금리도 연 1.50%에서 연 1.60%로 0.1%포인트 인상했다. 이 상품은 우대금리를 적용받으면 최대 연 2.2%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지난달 27일 문을 연 카카오뱅크는 지난 8일 기준 가입 계좌 200만개, 수신액 9960억원, 여신액 7700억원(대출 실행 기준)을 돌파했다. 반면 약 4개월 일찍 문을 연 케이뱅크 가입 계좌는 지난달 말 기준 40만개, 수신액 6500억원, 여신액 6100억원으로 카카오뱅크에 크게 밀리고 있다.
20·30대 직장인 위주로 카카오뱅크 '갈아타기' 열풍이 확산되면서 기존 시중은행들도 우량 고객을 지키기 위한 예대금리 조정과 특판 상품 출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적금 우대금리(0.5%포인트)와 멤버십 포인트(100만)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우량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일정 등급 이상 우량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대출 상품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소득증명서 없이도 300만원까지 바로 빌릴 수 있는 'KB 리브 간편대출'을 출시했고 지난 1일에는 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KB 주거래고객 우대대출'을 내놨다.
KEB하나은행은 최대 1억5000만원까지 한도를 높인 모바일 신용대출 상품을 내놨다. 대출 대상은 공무원과 교사, 하나은행이 지정한 기업 임직원이다. 신한은행은 6월 말 우량 기업 직원과 공무원·군인·교사 등을 대상으로 연 최저 2.46% 금리에 최대 1억원을 빌려주는 비대면 전용 '신한S드림 신용대출'을 출시한 지 한 달여 만에 한도 상향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들은 카카오뱅크 마이너스 통장의 낮은 금리(연 2.86%)에 대응해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속속 낮추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를 지난 6월 4.64%에서 7월 4.58%로 0.06%포인트 인하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3.63%에서 3.52%로, 우리은행은 3.86%에서 3.71%로, 한국씨티은행은 6.43%에서 5.88%로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를 각각 낮췄다.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권 10분의 1 수준의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송금 수수료를 내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12월 말까지 모바일·인터넷으로 500달러 이하는 2500원, 500달러 초과 3000달러 이하는 5000원으로 송금할 수 있는 해외 송금수수료 우대 이벤트를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모바일 간편해외 송금 서비스인 '1Q 트랜스퍼'의 송금 대상 국가를 올해 말까지 16개국에서 80개국으로 늘리
저축은행·캐피털 등 2금융권도 비상이 걸렸다. 9일 현재 S&T저축은행 정기예금 수신금리는 2.48%인데 케이뱅크 출범일인 지난달 27일(2.18%)보다 0.30%포인트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스마트저축은행도 0.14%포인트 예금이자를 끌어올렸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