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매경DB |
'10여 년 만의 초강력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8·2 주택시장안정화대책(8·2대책)이 발표된 후 부동산시장에서는 새삼 '계층 논란'이 일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9억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에 사는 무주택자 50대와 각각 2억원이 안 되는 이른바 '빌라(다가구·연립)' 두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 중 누가 '서민'에 해당하느냐는 식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책이 나오면서 세간에서는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투기세력이자 부동산시장의 적폐이고 세입자는 보호해야 할 취약 계층이라는 이분법적인 목소리가 딸려 나온다. 하지만 현실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맞벌이를 하는 40대 부부 B씨는 부부 합산 연 7600만원을 벌며 서울 영등포구 아파트(3억4000만원)에서 실소유 거주자로 살지만 지방에 1억9000만원짜리 빌라를 하나 보유하고 있다. 2주택자이기 때문에 다주택자에 해당한다. 빌라 세입자가 낸 월세를 받으며 땅값이 오르기를 기대한다는 점에서는 투자자이고, 보는 눈에 따라서는 투기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A씨와 B씨 중 누가 더 서민에 가까울까. B씨가 서울에서 사는 집을 팔고 시내 다른 아파트를 분양받아 새 집으로 가려고 하는 경우와 A씨가 이사가지 않고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 하는 경우 정부는 누구를 더 배려해줘야 할까.
물론 8·2대책의 핵심은 분양권 전매와 갭(gap) 투자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는 투기세력을 잡아 불합리한 집값 상승세를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정책의 과녁은 '다주택자'다. 투기를 잡아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공급을 늘리거나 고가의 전월세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빠질 수밖에 없다.
정책의 취지나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정부가 모든 사례를 하나하나 다 파악하고 배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