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급여' 건보 편입확대 후폭풍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며 3300만명(지난해 말 기준)이 가입한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고민이 커졌다. 지난 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핵심은 그동안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했던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비급여 치료를 급여화해 건보 보장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허리 디스크 환자가 20만원짜리 MRI 검사를 받았다고 하자. 현재는 건보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건보 보장을 받지 못한다.
실손보험이 없다면 환자가 20만원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복지부가 디스크 관련 MRI에 대해 내년까지 급여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2019년부터는 환자가 20만원을 다 부담할 필요 없이 4만원만 내면 된다. 건강보험이 급여 항목에 대해 검사비(20만원)의 80%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실손보험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건보 개편으로 비급여 항목이 급여 항목으로 대거 전환되면 환자 부담이 대폭 줄기는 하지만 여전히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비용이 있다는 점에서 실손보험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 환자가 실손보험(4월 이후 가입 가정)을 갖고 있다면 건보 개편 후 MRI가 급여 항목으로 바뀌는 2019년에 1만2000원만 내면 된다. 실손보험이 없는 환자가 부담하는 4만원과 비교하면 더 유리한 셈이다.
하지만 매달 내는 실손보험료를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년간 내는 실손보험료(40세 남성 기준 금융감독원 자료)는 평균 21만7000원 정도다. 결국 1년 내내 해당 환자가 MRI 검사를 한 번만 받는다고 가정하면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게 비용적으로 유리하다. "과연 이 돈을 내고 실손보험 보장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MRI 검사를 여러 번 하거나 도수치료 등을 계속해서 받아야 한다면 실손보험 가입은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또 치료 항목별로 다르지만 제도 실시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보유한 실손보험을 지금 당장 해약할 필요가 없다는 게 손보사들 주장이다.
건보 확대에도 건강보험이 모든 비급여 항목을 급여 항목처럼 80%까지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복지부는 비급여 치료 중 3800개에 달하는 치료 항목을 대상으로 자기부담률을 30~90%로 차등 적용해 예비급여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일단 예비급여 항목을 지정한 뒤 3~5년 후 재평가해 급여·예비급여·비급여 여부를 다시 결정한다. 또 현재 어떤 항목을 예비급여에 포함시키고 자기부담률을 어떻게 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 가령 예비급여로 분류를 추진 중인 A라는 고가 비급여 주사제로 치료받았다면 본인이 얼마를 부담해야 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아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 따라서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라면 몇 년간 현재 보험을 유지하면서 보험료 인하 추이와 정부 방안 등을 살펴본 후 실손보험 유지 유무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건보 개편으로 제2의 건강보험으로 간주되는 실손보험 위상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실손보험료와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건보 확대로 보장 범위와 영역이 줄어든 실손보험료 인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는 만큼 관련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