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매일경제신문이 유가증권시장 매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4일까지 3주 동안 외국인이 대형주(시가총액 1~100위)에서 팔아치운 금액은 3조77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전체 유가증권시장 종목 순매도 금액이 3조4900억원인 만큼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팔아치운 건 사실상 대형주에 국한됐다는 얘기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우선주 포함 2조2800억원), SK하이닉스(6200억원), 현대차(2400억원) 네이버(1700억원) 현대모비스(1000억원) 등 5개 종목의 순매도 금액을 합하면 3조4100억원으로 외국인이 팔아치운 전체 금액과 거의 일치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두 종목이 외국인 전체 순매도의 8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중형주(시총 101~300위)에선 오히려 3500억원을 순매수했고, 소형주(시총 301위 이하) 순매도액도 70억원에 그쳤다. 외국인이 북한 리스크를 계기로 올 상반기 수익을 많이 남긴 대형주에서 집중 차익실현에 나섰을 뿐 나머지 종목은 거의 팔지 않거나 오히려 조금씩 매수를 이어간 셈이다. 특히 외국인이 던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매도 물량은 국내 증권사가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수급 주체 중 '금융투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327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한 달 동안 단 이틀을 제외하고는 시종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금융투자 계정은 증권사, 선물회사, 자산운용사들이 자기자본을 써 주식을 살 때 금액이 올라간다"며 "조정장에서 한 달 새 4조원 넘게 신규 자금이 들어온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물론 금융투자 계정에는 증권사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을 헤지하거나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자금도 일부 섞여 있다. 하지만 한 달 새 4조원이 넘는 자금을 집행한 것을 볼 때 증권사가 자기 돈을 들여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기간 금융투자 계정은 삼성전자 주식을 1조2482억원어치 순매수하며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252만8000원에서 225만원으로 11%나 떨어졌는데 증권사는 주가가 하락하자 매수 적기라고 보고 집중적으로 매수한 것이다.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로 1893억원을 순매수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도 금융투자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금융투자는 한 달 새 현대차 주식 1282억원, 현대모비스 주식 917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이 밖에 신한지주(1154억원) 포스코(1119억원) 현대중공업(1048억원) 네이버(1042억원) 등이 최근 한 달 동안 증권사 레이더에 걸려든 주요 종목으로 나타났다. 결국 증권사들은 정보기술(IT)과 금융주 랠리가 앞으로도 더 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종목을 사들인 셈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상승장 초반에서 외국인이 사들인 물량을 횡보 장세에서 기관에 넘긴 이후 2차 상승 국면이 시작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금융투자가 무턱대고 지수 상승에만 베팅하는 것은 아니어서 지난 한 달간 KODEX인버스를 1841억원이나 순매수했다. KODEX인버스는 지수가 오르면 돈을 잃고, 지수가 떨어지면 수익을 내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조정 국면이 어느 정도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최재원 기자 /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