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헤지펀드 SC펀더멘털 데이비드 허위츠 파트너
지난해 우리나라 초대형주시장을 뒤흔들었던 행동주의 펀드가 삼성전자에 투자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었다면 중소형주시장에서는 'SC펀더멘털(SC Fundamental)'이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SC펀더멘털은 GS홈쇼핑, 경동도시가스, 삼호개발 등에 투자해 배당 확대, 감사 선임을 요구하는 등 주주 목소리를 한껏 키웠다.
국내 펀드매니저들조차 잘 커버하지 않는 한국 중소형주에 직접 투자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미국인 데이비드 허위츠 SC펀더멘털 파트너는 "처음에는 한국 주식이 너무 싸서 들여다보기 시작했는데 벌써 십여 년이 됐다"며 "한국 기업들의 부실한 지배구조 때문에 주가가 우크라이나보다 저평가돼 있다"며 답답해했다. 매일경제는 17일 미국 뉴욕에 있는 그와 한 시간가량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 기업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불균형적 관계부터 기관투자가들은 왜 의결권 행사를 주저하는지, 청년실업부터 창업금융까지 왜 잘 안 되는 건지를 줄줄 털어놓는데 마치 서울 여의도의 증권맨과 대화하는 듯 한국 사정을 소상히 꿰뚫고 있었다.
허위츠 파트너는 "현재 한국 주식시장 랠리는 실적이 생각보다 좋게 나와서이기도 하지만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며 "정확히 나누기는 어렵겠지만 비슷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을 보면 한국 기업 주가가 미국 기업의 반값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 규모나 정치·교육 수준, 거시경제 여건 등을 감안하면 절대 이머징마켓이라 보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한국이 선진국 증시는 물론이고 이머징마켓보다 싸게 거래되는 건 자본의 최적 배분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이 현금을 많이 쌓아두기만 했지 투자나 배당, 인수·합병(M&A) 등에 모두 인색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심지어 한국 기업은 자사주를 매입만 했지 소각하지 않는 기업도 많다"며 "기업이 현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데도 주주들이 이를 문제 삼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허위츠 파트너는 "이는 기업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의 책임도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한국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자본 최적 활용이 안 되는 것에 대해) 기관투자가들도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하고 또 이게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현금이 많은 기업들은 글로벌 헤지펀드의 공격에 노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북핵 위협에 한국 증시가 휘청거리는 데도 허위츠 파트너의 시각은 확고했다. 팔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은 아니다(No, not now)"며 "북한보다 더 괴팍한 이웃(러시아)을 두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당장이라도 침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한국보다 비싸게 거래된다"고 항변했다.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지정학적 이유보다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로 잘 알려진 SC펀더멘털은 사실 저평가된 가치주에 투자하는 전형적인 밸류 펀드로 시작했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주주 행동주의자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