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사진)이 지난달 4일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이끌던 강면욱 전 본부장(7월 17일 사임)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강 회장은 편지와 함께 국민연금에서 2014년 6월 위탁받아 3년간 운용했던 대형주형 펀드 2700억원을 자진 반납했다. 국민연금 돈을 위탁사가 스스로 되돌려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회장이 국민연금 자금을 다시 받지 않을 각오로 이처럼 도발적인 결정을 한 사연은 이렇다. 국민연금은 2002년 에셋플러스운용을 처음 위탁운용사로 선정하면서 순수주식형 펀드에 1500억원을 맡겼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이 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벤치마크지수 대비 4%포인트 초과한 21%, 최근 5년 수익률은 34%포인트 초과한 60%를 기록했다. 전체 주식형 펀드 가운데 각각 상위 24%와 2% 안에 드는 높은 성과다. 하지만 최근 1년 수익률이 벤치마크지수에 7%포인트가량 못 미치자 지난 6월 30일 국민연금은 에셋플러스에 해당 펀드에 대한 운용 중단을 통보했다. 결국 강 회장은 이 펀드 자금 1500억원을 강제 반납해야 했고 나머지 위탁자금 2700억원을 7월 초에 자진 반납하기로 한 것.
강 회장은 편지를 통해 "처음 위탁운용사로 선정됐을 때 기쁨은 지금도 생생하다"고 회상하면서 "다만 현재 국민연금의 단기 성과 평가가 지속되는 한 에셋플러스의 중장기 가치투자 철학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자금 반납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위탁운용 성과를 평가할 때 각 펀드의 정체성과 그 정체성을 일관되게 지키는지를 따지는 게 바람직한데 국민연금은 지나치게 벤치마크만을 강조하다 보니 대형주 위주로 벤치마크만 좇아가는 '게으른 매니저'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강 회장은 이어 "국민연금 수수료가 현저히 낮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라면서 "열심히 잘한 만큼 충분히 보상받는 구조가 마련돼야 좋은 운용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쓴소리를 이었다.
현재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를 평가할 때 수익률을 1년 20%, 3년 40%, 5년 40%의 비율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