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취임하면서 '금융소비자 중심의 금융감독'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원장 직속 자문기구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금소위)'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전담 기구 설립을 공약한 가운데, 앞으로 금감원의 귀추가 주목된다.
최 원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임직원들에게 "금융소비자는 정보의 열위로 금융회사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다"며 "금융감독원이 앞장서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필요한 경우 피해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설치될 금소위는 금융권 전역에 대한 감독 제도를 시행할 때 사전에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제도의 적정성을 심의할 방침이다. 위원의 절반은 시민단체 중심으로 학계·언론계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다.
실제로 최 원장은 취임식을 앞둔 지난 주말에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해 가장 먼저 업무보고를 받았다. 금융민원 및 금융상담 동향, 금융소비자보호처의 성과 및 추진계획, 금감원 소비자정보 사이트 '파인' 등에 대해 업무보고 받은 걸로 전해졌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금감원장의 취임사에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지만, 이번에 무게감이 남다르다. 2014년 진웅섭 전 금감원장도 취임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한 바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도 관련 내용이 상세히 담겼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고 금융소비자전담기구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상품 계약 철회권 확대 등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되고 있는 데다,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을 떼어내 금융소비자전담기구를 설립하는 것도 금융위와 금감원 간 힘겨루기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 상황에서 최 원장이 원장 직속 금소위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 자문기구에서 금감원 조직개편이 촉발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함께 최 원장은 '민원·분쟁 조기경보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소위와 마찬가지로 금융소비자 피해의 사전적 예방 차원인 셈이다. 최 원장은 "조기경보시스템을 통해 민원유발 상품, 불완전판매 유형 등의 민원 유발 정보를 사전에 분석하겠다"면서 "그 결과를 감독·검사에 연계함으로써 소비자 피해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금감원발 '과잉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종의 금융소비자를 앞세운 관치가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이전 정권이 강조한 금융혁신 얘기는 쏙 들어가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내세운 각종 규제가 나올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원장은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시장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정보 비대칭 해소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한적으로 제공하던 금융산업 관련 통계와 검사·제재 정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시장 규율을 확립하겠다"며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기업이 시장에서 인정받도록 공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산 대응 노력, 환경 보호, 노사 관계 등과 관련한 사항을 공시하도록 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국민이 제대로 알고 투자를 판단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어 "기업의 회계 분식 위험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도록 회계감리시스템을 선진화하겠다"고
이날 최 원장은 금감원 직원들에게는 겸손한 자세를 당부했다. 그는 "감독기관은 속성상 국민의 눈에 잘한 것보다 잘못한 것이 두드러지기 마련"이라며 "누가 알아주기를 원하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사명을 다하는 무명의 영웅들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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