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보험 가입 규모는 지난 4월부터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6444억원이던 총 초회보험료(보험 가입 1회차 보험료)는 3월 1조1450억원으로 잠깐 치솟았지만 4월(6874억원)부터 5월(5051억원)까지 계속 줄어들더니 6월(4524억원)에는 40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가장 최근 통계인 6월 실적만 놓고 보면 지난해 6월(6927억원)보다 34%나 줄어든 것이다.
매달 꾸준히 6000억원대를 유지해온 방카슈랑스 시장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지난 4월부터 시행된 개정 세법이다. 당초 월 납입금 한도와 상관없이 월 적립식 저축성보험 가입자에 대해 전체 적립액의 15.4%인 이자소득세를 면제해준 기존과 달리 월 납입액 150만원까지의 보험 계약만 비과세 혜택을 주고 한 번에 보험료를 다 내는 일시납 계약의 비과세 한도도 기존 2억원에서 1억원 이하로 반 토막 낸 것이 골자다. 3월에 갑자기 보험 가입이 급증한 것도 바뀐 제도를 피하려는 '막차' 수요가 몰린 결과다. 하지만 한 달만 반짝 실적이 뛰었을 뿐 이후 하락세를 이어간 탓에 올해 상반기 전체 방카슈랑스 시장 규모는 5조원 초반대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조원 줄었다.
저축성보험 규제가 방카슈랑스 시장 축소를 불러온 이유는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판매할 수 있는 보험 종류가 저축성보험뿐이기 때문이다. 현행 보험업법 시행령에서는 은행에서 취급 가능한 보험상품을 개인연금보험·장기저축성보험으로 한정하고 종신보험이나 자동차보험은 막고 있다. 일반 보험대리점의 경우 별다른 판매 제한이 없는 것과 비교된다. '저축성보험이 안 팔리니 다른 보험을 취급해 시장을 키우자'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현행 방카슈랑스 규제는 2003년에 만들어진 후 14년째 그대로라 시대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은행연합회는 새 정부 출범을 맞아 "방카슈랑스 규제를 대폭 완화해달라"고 공식 제안했다. 종신보험 등 저축성보험 이외에 다른 보험도 팔 수 있도록 허용하고 25%룰 폐지도 요구했다. '25%룰'이란 은행 한 곳이 1년간 판 보험판매금액 가운데 특정 보험사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제다. 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은행에서 물량 밀어주기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지만 이 때문에 소비자가 많이 찾는 인기 상품인데도 판매 한도를 채우면 더 팔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게 은행업계 주장이다. 하지만 아직 정부의 대응은 없는 상황이다. 기존 설계사 조직의 반발을 걱정하는 보험업계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점포별로 보험 판매를 맡는 직원 수는 최대 2명까지만 가능하고 판매 장소 역시 오프라인 점포나 인터넷 홈페이지로 한정돼 있다. 직접 고객을 찾아가거나 특정 고객에게 이메일 등을 보내 상품을 안내하는 것도 안 된다. 이에 따라 방카슈랑스 영업 확대로 수수료 수익을 늘리려던 은행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신한·국민·하나·우리
■ <용어 설명>
▷ 방카슈랑스 : 프랑스어인 은행(Banque)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로 은행이 보험회사 대리점 자격을 얻어 보험상품을 파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는 2003년 도입됐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