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시장 키운다 / 전문가가 말하는 대책은 ◆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서 코스닥시장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카이스트 교수·사진)은 이같이 말하며 코스닥시장 독립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 이사장은 "제1차 벤처 붐은 코스닥시장이 독립 운영 체제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제2차 벤처 붐을 일으키려면 코스닥시장 독립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다른 벤처 전문가들도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서는 코스닥의 독립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코스닥 기업들이 안정적인 유가증권 상장사들과 비슷한 규제와 절차를 따르다 보니 고유의 역동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는 2005년 증권거래소·선물거래소·코스닥위원회·코스닥증권시장 등 4개 기관의 통합으로 출범했다.
전문가들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한 코스닥시장 분리 안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유가증권·코스닥·파생상품 등 주요 시장을 각각 독립 법인으로 운영해 시장별 특성을 살리고 자체 경쟁력을 높이자는 게 골자다.
뉴욕, 런던 등 주요 해외 거래소들이 모두 이 수순을 밟았으며 우리 금융당국도 2015년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분리 자회사 소재지를 둘러싼 갈등과 내부 관계자들의 반발로 현재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고서를 통해 2005년 자본시장 통합 이후 거래소가 코스닥시장을 중소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자본시장으로서 성장시키려는 노력을 크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이사장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며"며 "코스피는 안정된 시장이고 코스닥은 혁신적인 시장인데, 성격이 다른 두 시장을 하나의 지배구조로 통제하니 왜곡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붐 당시에는 1년에 약 180개 기업이 앞다퉈 상장했고 거래대금도 코스닥시장이 코스피를 압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1년에 겨우 20여 개 기업이 상장할 뿐이고 거래대금도 코스피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그는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벤처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하고, 벤처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회수시장인 코스닥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 기업도 이 같은 선순환 구조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막혀 있다"고 강조했다.
코스닥시장이 분리되면 진입 장벽이 낮아져 벤처기업인의 진입이 활발해지고 투자금 회수가 용이해져 혁신·기술형 벤처기업 중심의 시장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 외에도 많은 전문가가 코스닥시장의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의동 전 코스닥위원장은 "설립 목적을 고려하면 코스닥은 반드시 분리돼야 빛을 발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비용이나 인력 효율성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보다는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댓값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의 존재 목적은 '성장'이고 높은 수익과 위험은 이 시장을 선택하는 투자자들에게 맡겨야 하는데 최근에는 투자자 보호에 과도하게 시장 역량이 집중되는 것 같다"며 "코스닥 기업들에 필요한 건 규제가 아닌 혜택"이라고 말
거래소 관계자는 "애초에 분리돼 있던 코스닥시장이 통합된 이유가 적자 때문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분리 이후 코스닥시장이 운영 면에서 지금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불명확한 반면 연간 200억~300억원씩 적자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