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와 상관없이 SK하이닉스의 낸드 이익이 급증한 것도 호재다. 여기에 올 4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을 것이란 예상까지 보태지며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7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 행진을 펼치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들어 이날까지 25.8% 오른 8만63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상승률 0.7%)나 삼성전자(15.8%)를 크게 압도하고 있다.
여기엔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효과와 함께 그동안 꾸준히 투자해 온 낸드 사업 성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는 PC, 스마트폰에 두루 쓰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D램은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고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정보를 보존한다는 특징에서 서로 다르다.
SK하이닉스는 낸드 분야에 삼성전자보다 한참 늦은 2004년 진출했다. 충북 청주에 낸드 관련 설비를 집중하며 생산능력을 끌어올렸고, 글로벌시장 점유율 4위(올해 1분기 IHS마킷 기준)로 도약했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 강화는 올해 들어 빛을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최근 4세대 낸드를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낸드 분야 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4세대 낸드는 반도체를 72단까지 쌓아 효율성을 높인 제품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갖고 있는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SK하이닉스가 기존 청주 공장뿐만 아니라 경기도 이천에서도 4세대 낸드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 이익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던 낸드 분야가 비로소 돈을 버는 사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210억원에 불과했던 SK하이닉스 낸드 사업 영업이익은 올해 1조8280억원으로 1년 새 87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0.6%에서 올해 14.1%로 늘어날 전망이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올해 신작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동영상이나 음악을 저장하는 데 필요한 낸드 쓰임새가 부각되자 낸드 몸값이 뛰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영업이익률은 올해 25.6%로 추정된다. 작년 0.5%에서 급상승한 수치다.
여기에 D램 가격도 여전히 강세를 보이면서 SK하이닉스 전체 영업이익은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영업이익은 3조822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26.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4조253억원에 달해 분기 사상 최고치를 찍을 전망이다.
여기에 도시바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면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중장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일본 도시바는 낸드 사업을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다음달 24일 도시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승인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 매각 지분 중 SK하이닉스가 확보할 최대 지분율은 1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1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36.7%)가 가장 높고, 도시바(17.2%)가 2위다. SK하이닉스(11.4%)가 도시바의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르면 글로벌 낸드 2위 업체로 도약이 가능하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도시바가 낸드 관련 특허가 많아 SK하이닉스가 적어도 낸드 기술 개발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낸드 기술 유출을 꺼리는 도시바 특성상 SK하이닉스의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도시바 인수 마무리까지 갈 길이 멀고 인수해도 지분 투자 형식이라 기술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 <용어 설명>
▷ 낸드플래시 : 휘발성 메모리인 D램과 달리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저장되며 전자기기에서 사진, 동영상, 음악을 저장했다가 꺼내볼 때 필요한 반도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