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북한 리스크가 확대된 지난 두 달간(26일 기준) 국내 금 펀드에서는 약 854억원이 순유출됐다. 지난 한 달간 빠져나간 자금만 625억원으로 유출 속도가 점차 가속화하는 추세다. 이에 5000억원에 육박했던 금 펀드 설정 규모도 3950억원으로 줄었다.
금값이 상승하면서 그만큼 금 펀드 환매도 늘어났다. 상반기 내내 저조했던 금 펀드 수익률이 최근의 금값 상승 덕에 개선되면서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아진 까닭이다.
실제로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이달 초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북한의 6차 핵실험 다음날인 9월 4일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1337.8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다. 국내 금값도 마찬가지다. 최근 조정을 받으면서 다소 하락하는 추세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도 여전히 금을 찾는 사람은 많지만 금 펀드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금값 상승 폭이 그대로 펀드 수익률에 반영되지 않자 실망한 투자자들이 늘어난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는 "금 펀드는 금 선물에 투자하기 때문에 실제 현물 금값의 상승분이 그대로 펀드 수익률로 연결되지 않는다"며 이에 "금값은 올랐는데 내 펀드 수익률은 왜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금 펀드들은 최근 두 달간 평균 약 2%의 수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제 금 현물 가격은 그 두 배인 4%가량 올랐고, 국내 금 현물 가격은 5.4%가량 상승했다.
특히 최근에는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이 닥치면 펀드 같은 금융 상품보다는 휴대가 가능한 실물 금이 더 유용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미니 골드바 등의 인기가 더 높은 실정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 펀드 특수를 기대했지만 생각만큼 투자자들의 선호가 높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