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위 이후 재테크 ◆
상반기 7조1073억원 규모의 채권을 대표주관하며 레이더M 리그테이블 부채자본시장(DCM) 2위에 오른 한국투자증권의 박종길 IB2본부장(사진)은 올해 초대형 IB 출범을 계기로 금융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해외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도 주식과 채권 등 직접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은행을 통한 간접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하지만 초대형 IB가 출범하고 발행어음 시장이 열린다면 신용등급 BBB 이하의 기업들도 자유롭게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대부분 BBB에서 BB 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금융시장에서 초대형 IB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우리나라에서 BBB급 이상의 우량채 시장은 선진국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굉장히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에 BB급 이하의 정크본드 시장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며 "정크본드 투자에 대한 개념을 갖추고 소매금융(리테일)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이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체계적으로 정크본드 시장이 구축되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회사채 시장이 AA급 이상 우량채와 A급 이하 비우량채로 양극화된 가운데 BB급 이하 정크본드는 사실상 발행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연기금과 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동양과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계기로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에만 투자하도록 내부 지침을 마련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AA급 우량채 비중은 76.3%인 반면 BBB급 이하 비우량채 비중은 2.0%에 불과했다.
박 본부장은 발행어음 사업인가를 받고 기업여신 업무를 시작한다면 앞으로 기업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회성 거래에 집착하기보다는 기업과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토대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2012년 주요 건설사들이 업황 악화와 해외 프로젝트 손실 등으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연이어 미달을 기록한 상황에서도 삼성물산의 회사채 대표주간을 맡아 1조원 이상을 끌어모은 게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이어 올해 초 대한항공의 유상증자까지 따낼 수 있었던 것 또한 이러한 돈독한 관계 덕분이었다. 그동안 한국투자증권은 시장에서 외면받던 대한항공의 회사채와 매출채권 유동화 등을 주간하며 한진그룹과 신뢰 관계를
그는 앞으로 기업별 여건에 맞춰 새로운 기업금융 상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은 한화와 함께 국내 최초로 무배당 상황에서도 의결권을 주지 않는 우선주 발행에 성공했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