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아차 주가는 한 달 동안(9월 18일~10월 16일) 5.9%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6%)을 앞선다. 이 종목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투자자들이 '역발상 투자'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하이투자증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5247억원에 달했던 기아차 영업이익은 올 3분기에 5069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아차의 영업적자는 819억원이지만 이 수치는 다른 증권사들이 아직 통상임금 부담금을 기아차 분기 이익에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지난 8월 31일 진행된 통상임금 1심 판결에서 4223억원의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됐다. 여기에 2011년 이후 소급분과 이자 비용까지 감안하면 1조~1조1500억원 수준의 충당금을 설정해야 한다. 이 같은 인건비는 기아차의 원가에 속하고 판결 즉시 반영해야 하는 비용이다. 결국 1조원이 넘는 비용을 올 3분기에 영업이익에서 차감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기아차의 현금이 빠져나가지는 않지만 올 3분기에 오롯이 관련 충당금을 1조원 이상 쌓아야 한다"며 "통상임금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이지만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전체 실적은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겉으로 보면 충격적인 실적 악화이지만 수년간 기아차 불확실성 요소로 자리 잡았던 통상임금 악재가 이번 분기 영업적자로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증권가에선 향후 2차 확정 판결에서 기아차의 항소 논리가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지면 일부 비용을 환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초 노조 측 논리에 따르면 기아차 통상임금 부담액은 3조4000억원에 달했는데 1차 판결로 1조원으로 줄어든 것이고, 이후 환급금까지 감안하면 기아차의 주요 악재 하나가 소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에서의 차 판매 부진에도 멕시코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전체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올 3분기 기아차 매출액은 13조3399억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작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수치다. 멕시코 공장 생산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KTB투자증권과 기아차에 따르면 작년 10만5000대를 기록한 멕시코 공장 출하량은 올해 22만2000대로 1년 새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출하량은 그야말로 공장 문 밖을 나가 판매로 이어지는 수치로 연간 기준으로 보면 생산량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멕시코가 희망의 시장이 된 것은 기존 K2·K3가 잘 팔리고 있고 위탁 생산을 통해 멕시코에 소개된 현대자동차 엑센트 덕분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멕시코시장에서 차가 잘 팔려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며 "향후 연간 40만대(멕시코 공장 생산능력) 판매가 목표"라고 밝혔다.
멕시코 공장 성적은 다른 시장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작년 대비 올해 예상 출하량 기준으로 멕시코시장이 두 배 성장할 동안 중국과 미국은 각각 54%,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시장이 다른 국외시장 감소분을 만회하면서 올 3분기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통상임금 부담을 제외하면 직전 분기인 올 2분기(4040억원)와 비슷한 4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주가순자산비율
그러나 미국이 NAFTA 재협상에 나서고 있어 기아차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멕시코산 수입차에 3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