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유명 사모펀드(PE)들이 소비재 시장에 일제히 눈을 돌리고 있다. 연관기업을 추가로 인수, 시너지 가치를 높이는데 쉽고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영역과 비교할 때 투자 회수 성과 좋은 것이 이유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IMM프라이빗에쿼티가 미샤 브랜드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를 3500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홍콩계 PE인 어피너티도 주방생활용품 전문업체 락앤락 지분 63%를 인수하는 등 활발한 투자 행보를 이어갔다. 세계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와 워버그핀커스는 지난해 동남아판 우버(Uber)로 불리는 카셰어링 업체 고젝(Go-jek)에 5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도 올해 초 186억 달러에 달하는 애플 주식을 사들였으며 지난 5월 美 KPS캐피털파트너스는 테일러메이드 등 아디다스의 골프 관련 브랜드에 투자했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소비재로 모이는 것은 세계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안정적 수익을 거둘 투자처를 찾는 수요 때문이다.
지난해 방한한 KKR의 조지 로버츠 회장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저성장 국면은 빠른 시일 내 타개될 게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소비재' 산업이 유망하다"며 관련 산업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미국 경제의 75%가 소비산업일 정도로 안정적 기반을 갖춘 데다 중국·인도 등 신흥국 내 구매력 있는 중산층의 확대 역시 글로벌 PE들의 발길을 소비재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6월 OECD 소비자신뢰지수가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갱신하는 등 전세계 소비심리가 개선 조짐을 보임에 따라 당분간 소비재 영역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전문 PE 외에도 '투자전문 지주회사' SK(대표이사 장동현)가 활발한 소비재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무대는 '글로벌'이다. 올해에만 굵직한 FI 투자를 연달아 성사시켰다. 급증하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수요에 발맞춰 지난 7월 중국 2위 물류센터 운영기업인 ESR(E-Shang Redwood Group) 지분 11.7%(약 3720억 원)를 인수했으며 메르세데스 벤츠를 보유한 AG다임러와 함께 미국 1위 개인간(P2P) 카셰어링 Turo 투자에도 참여했다.
최근엔 글로벌 패션브랜드 투자에도 나섰다. 캐나다의 프리미엄다운 브랜드인 맥케이지(Mackage)와 미국 유명 의류브랜드인 앨리스올리비아(Alice+Olivia) 투자를 통해 올해 총 6000만 달러의 관련 사업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맥케이지는 1999년 캐나다서 출발한 브랜드로 고품질 소재와 디자인으로 인정받아 연평균 25%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몽클레어(Moncler), 캐나다구스(Canada Goose)와 함께 글로벌 명품 프리미엄 다운으로 꼽히고 있다. 앨리스올리비아는 2002년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 브랜드로 미국의 전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와 비욘세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전세계 2000조원 규모에 달하는 패션 영역은 소비재 중에서도 글로벌 초대형 PE들이 주목하는 투자 영역이다. 실제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과 베인캐피탈이 각각 몽클레어와 캐나다구스를, KKR이 샌드로(Sandro)를 인수한 바 있다. 패션 분야는 매년 약 6% 수준의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는데다 특히 SK㈜가 투자한 컨템포러리(Contemporary, 트렌드에 민감한 準명품) 영역은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국 중산층의 증가로 고성장 중이다.
SK㈜는 지난 10월 초 중국의 축산물가공·판매 기업인 커얼친 지분 10% 투자에도 나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농축산업까지 투자 영역을 확대했다. 중국 내 업계 3위인 커얼친은 정부 지정 쇠고기 공식 납
SK㈜ 관계자는 "투자활동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미래 산업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등 '글로벌 투자전문 지주회사로의 도약' 목표를 달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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