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바이오제약주 대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정된 실적을 기반으로 추가 상승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진단이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녹십자의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평균 34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예상되는 4분기 영업이익은 115억원으로 28.7%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녹십자는 지난 3분기에도 3561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한 바 있다. 당시 녹십자는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16일 장중 17만5000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이날 장중 21만95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녹십자와 업계 1, 2위 자리를 다투는 유한양행 역시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39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증가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4억원으로 5.1%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유한양행의 경우 최근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3분기 만에 누적 매출 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별도기준 유한양행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3766억원, 영업이익은 193억원으로 21.1% 늘어났다. 다만 연결기준으로는 자회사 유한킴벌리 등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영업이익(220억원)이 반대로 12.9% 감소했다.
대웅제약, 종근당 등 업계 5위권 여타 제약사들도 3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거뒀다. 개별기준 대웅제약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14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2.0%나 늘었다. 종근당 역시 지난 3분기에 6.7% 증가한 23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바 있다.
이로 인해 종근당은 최근 주가가 강세였다. 지난 6월 9일 장중 12만8500원에서 9월 25일 10만20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현재 12만원대를 회복한 상태다.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종근당 주가는 당일 장중 12만3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석 달 전 9만원대 초반이던 대웅제약 주가도 현재 12만원대로 올라섰다.
시장에선 전통 제약주가 바이오제약주와 비교할 때 그동안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지 않았던 가운데 호실적 흐름을 바탕으로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는 진단이 나온다. 막대한 투자비와 장시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당장 영업에 도움이 되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한편 판매관리비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실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바이오 제약사들이 꿈을 먹고 산다는 점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성향이 강하다면, 기존 대형 제약사들의 경우 실속 있는 영업을 통해 당장 눈에 보이는 양적·질적 성장을 도모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약·바이오 업종의 활황 속에서 기존 제약사 가운데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한 종목들은 재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녹십자의 경우 최근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캐나다에 혈액제제 공장을 준공하는 등 내년엔 본격적으로 북미 진출을 가시화할 것으로 보여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에도 녹십자의 실적은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면역글로불린(IVIG) 수출이 증가하고 있고, 국내 백신사업도 안정적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내년 상반기 미국에서 IVIG 승인 가능성도 높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녹십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40.0배로 동일 업종 평균 56.55배보다 낮다. 최근 한 달 동안 9개 증권사가 녹십자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