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이 6일째 거침없는 신고가 랠리를 펼치자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와 장외시장까지 '후광 효과'가 미치고 있다. 올해 대형주 장세 속에 소외받았던 중소형주 펀드는 최근 수익률이 반짝 상승하면서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등 모처럼 기세를 올리고 있다. 장외시장도 들썩거리고 있다. 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종목과 바이오 관련주를 중심으로 상장 이전에 미리 주식을 담아두려는 공격적 투자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 중소형株 펀드 수익률 고공행진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짠 코스닥 상장지수펀드(ETF)는 1개월 만에 많게는 20%가 넘는 수익률을 내는 괴력을 보이고 있다.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소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대신성장중소형주펀드와 하이중소형주플러스펀드는 14일 기준 수익률이 나란히 30%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4.7%)을 웃도는 성적을 냈다.
이들 펀드는 비에이치, 피에스케이, 동진쎄미켐, 인터플렉스 등 코스닥 종목을 비중 있게 편입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성회로기판업체인 비에이치는 1년 전 주당 5000원 안팎이던 주가가 15일 주당 2만3550원으로 올랐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피에스케이는 주가가 1년 전 1만3000원에서 15일 2만7400원으로 두 배가 됐다. 이날만 전일 대비 주가가 5.18% 뛰어 1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이중소형주플러스펀드가 4.69% 편입한 인터플렉스 주가 역시 1년 전 1만5000원에서 15일 6만6600원에 마감했다.
이 밖에 맥쿼리퇴직연금뉴그로쓰펀드 연초 대비 수익률이 27%를 넘어서는 등 상당수 중소형주 펀드가 연말을 맞아 힘을 내는 분위기다. 수익률이 뛰자 중소형주를 주로 담은 액티브 펀드에만 일주일간 304억원이 들어오는 등 설정액도 다시 상승 추세를 탈 것으로 예측된다. 연초 대비 중소형 액티브 펀드는 2000억원 이상 돈이 빠져나간 상태다.
시총이 큰 코스닥 종목을 바구니에 담은 ETF 수익률 역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코스닥 시총 톱10 리스트는 바이오 일색이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등 톱10 중 상위 7개 종목이 바이오 업종이다. 바이오 업종이 코스닥 전체를 강하게 끌고 가는 국면이어서 바이오 회사를 두루 편입한 관련 ETF 수익률은 단기 버블이 우려될 정도로 치솟았다.
뜨거운 단기 랠리 덕에 연초 이후 이들 ETF 수익률은 40%를 돌파했다. 미래에셋TIGER코스닥150바이오테크ETF는 연초 대비 44.47%의 수익률을 일궜다. 코스피 상승률의 1.8배에 달하는 수치다.
다만 단기 주가 상승세가 너무 가팔라 지금 코스닥 ETF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이 거의 바이오 업종인 상황에서 자칫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비싼 가격에 바이오 주식을 사더라도 더 비싼 가격에 누군가 내 주식을 사줄 거라는 허황된 믿음이 시장에 퍼져 있다"며 "2000년대 IT 버블이 빠진 이후 코스닥이 망가진 것처럼 바이오 버블이 터지면 코스닥 신뢰가 또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장외시장선 바이오株 '입도선매'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16~17일 공모주 청약에 나서는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15일 장외 매수 호가가 4만5000원에 달했다. 예상보다도 높게 형성된 공모가(3만5000원)를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바디프랜드도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내년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외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매출 3665억원, 영업이익 933억원을 기록한 국내 안마의자 1위 업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이 2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바디프랜드는 이날 장외시장 주가(기준가)가 15만6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추정 시총만 1조23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8만원에도 못 미치던 주가가 코스닥 열기와 맞물리며 2배 이상 단기 급등한 셈이다.
이달 초 코스닥 상장심사를 청구한 제너럴바이오를 비롯해 에코마이스터, 라파스, 동구바이오제약 등 IPO 예비 종목도 상승세를 탔다. 화장품 제조사인 제너럴바이오는 최근 장외에서 6일째 상승하며 기준가가 2만6000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매출액 164억원에 순이익 35억원을 냈다. 바이오주로 분류되는 필로시스는 초정밀 혈당측정기 개발 소식에 급등했다. 다만 이 회사는 2019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
장외시장 최고의 스타 종목이던 블루홀 상승세는 다소 주춤하다. 신작 배틀그라운드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블루홀은 장외 주가가 70만원 수준이다. 지난달 최고가(78만원)보다 낮아졌으나 추정 시총은 여전히 5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장외 주가는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소수 물량의 가격만 집계해 산출한 것으로 상장 이후 가격 흐름과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실제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또 개별 거래 특성상 투자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
[홍장원 기자 / 신헌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