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과이익 환수 회피 잰걸음
17일 기자가 만난 잠실 소재 A재건축단지 조합장은 연신 전화를 들고 조합원들의 우려를 덜어주고 있었다. 강남구 부촌 아파트답게 대형 평수 조합원 중에는 전직 장군, 고위 관료, 대기업 임원이 즐비하다. 10년 훨씬 넘게 재건축을 추진해왔지만 요즘처럼 조합원 마음이 한뜻으로 모아진 적이 없다. 일단 소나기(초과이익환수제)는 피하자는 컨센서스다.
재건축을 이끌고 있는 조합장들도 하나같이 자신감을 보였다.
김학규 한신4지구 조합장은 "현재 조합 직원들이 주말도 잊은 채 분양 신청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며 "일정이 빡빡하지만 변수를 최소화해 올해 안에 일정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만약 이들 단지가 한 발이라도 삐끗해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받으면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재건축 부담금을 내야 한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법정 절차를 밟아나가면서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내 관리처분 신청을 계획 중인 재건축조합 대부분이 내년 관리처분 변경 계획도 함께 세우고 있다.
오는 30일로 관리처분 총회 일자를 잡아 상대적으로 느긋한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조합은 내부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후분양제 추진 여부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5748가구 매머드급 대단지로 탈바꿈하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조합은 조합원 분양 신청 과정에서 단지 간 갈등이 표면화하기도 했다. 일부 대형 평수 입주자들이 한강 조망권 우선 배치 등을 주장하며 분양 신청을 거부하는 집단행동을 준비했다.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자는 조합의 설득 끝에 일단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관리처분 인가 후 내부 갈등은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관리처분 총회가 오는 28일로 잡혀 일정이 가장 빡빡한 한신4지구 조합 역시 분담금 액수를 놓고 소형 평형과 대형 평형 간 입장차가 크다.
잠실미성크로바 재건축조합은 상가에서 독립정산제를 주장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내 관리처분 신청을 위해 일단은 주택·상가 통합 계획으로 제출하지만, 내년 조합원 총회를 열어 상가의 독립정산제를 허용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잠실진주 재건축조합은 주변 학교의 일조권 보장 등으로 일부 단지의 층수가 낮아지면서 용적률이 자체 계획보다 떨어졌다. 관리처분 인가 이후에 설계 변경을 통해 손해본 용적률을 다시 찾아오겠다는 게 조합 측 생각
한편 관리처분 인가를 앞두고 해당 재건축 아파트 시세는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105㎡형의 11월 평균 매매가는 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억원 상승했으며 올해 8월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전범주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