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간 전국 아파트 평형별 비중
20일 금융결제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월 15일까지 공급된 전국 아파트 15만1250가구(일반분양 기준) 중 전용면적 59㎡ 이하 소형 면적은 2만6985가구로 전체의 17.8%에 그쳤다. 반면 전용 60~85㎡ 중소형 면적은 10만7193가구(70.9%)로 소형의 4배가 넘었다. 이 같은 추세는 2010년 이후 약 8년간 평균으로 살펴봐도 비슷하다. 전용 59㎡ 이하의 8년 평균 비율은 16.5%로 전용 60~85㎡의 비율(67.6%)과 비교할 때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반면 전용 59㎡ 이하 아파트의 수요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1·2인 가구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전국 기준 1·2인 가구의 비율은 2000년 34.6%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면서 2010년에는 47.8%로 높아졌다. 2030년에는 65.5%, 2045년에는 71.3%로 추산됐다. 10채 중 7채가 1인 또는 2인 가구가 되는 셈이다.
소형 아파트 공급 부족은 상대적으로 1·2인 가구가 많은 수도권에서 더욱 심각했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최근 8년 아파트 공급 중 전용 59㎡ 이하의 비율은 13.8%에 불과했다. 그나마 꾸준히 높아져서 올 들어 17.7%를 기록했다. 서울만 놓고 보면 올해 59㎡ 이하의 비율은 19.2%로 전국 평균에 비해 높지만 여전히 60~85㎡(66.8%)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전용 59㎡ 아파트는 예전에 쓰던 '평형' 기준으로 20평형에 해당한다. 과거 20평형 아파트는 방 2개와 거실, 욕조를 하나씩 갖추는 정도였지만 건축기술 발달로 구조물 면적이 줄어든 데다 발코니 확장이 일반화하면서 최근에는 방 3개와 독립된 거실, 주방을 제공하는 경우가 흔하다. 안방 욕실, 드레스룸 등 과거 30평형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공간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1·2인 가구는 물론, 한 명의 자녀를 둔 가정에서도 자녀의 짐이 많아지기 전까지는 전용 59㎡ 아파트에서 거주할 수 있게 됐다.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 등으로 인구 고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소형 아파트는 노후 생활자금 마련용 재테크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에 위치한 소형 아파트는 임차인을 구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장기간 보유하면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합적인 이유로 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청약 시장에서 소형 아파트의 품귀 현상도 나타난다. 지난 7월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상일동에서 분양한 고덕센트럴아이파크 59㎡A는 평균 96.8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됐다. 전체 평균 경쟁률(23.5대1)보다 4배 이상 높았다. 포스코건설이 분양한 의정부 장암 더샵 역시 전체 평균 경쟁률은 2.6대1이었지만 전용 59㎡는 평균 12.8대1를 기록했다. 단지 전체를 소형으로 채우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동원개발이 이달 분양하는 동탄2신도시 4차 동원로얄듀크 포레는 전용 59㎡ 아파트 196가구와 전용 24~49㎡ 오피스텔 95실로 구성된다. 대우건설이 다음달 분양하는 하남 힐즈파크 푸르지오 역시 전용 52~59㎡ 404가구로 구성된다.
하지만 소형 아파트 공급이 중소형에 비해 적다고 무조건 늘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도 있다. 1·2인 가구가 필요로 하는 소형 주택의 상당 부분을 다가구·다세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에서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주택에서 소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전용 59㎡와 60~85㎡의 가격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기왕이면 좀 더 넓은 집을 사려는 수요도 만만치 않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