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입장에선 코스닥 종목을 많이 담을 경우 지수 변동성이 커지거나 조정장에서 수익률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럽다. 반대로 숫자를 줄이자니 새로운 지수의 의미가 반감되는 게 골치다. 어떤 식이든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상 바이오주 쏠림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이미 두 시장 종목을 섞은 'KRX100' 지수를 2005년 만들었지만 코스닥 종목이 현재 8개에 그치는 데다 코스피200, 코스닥150에 밀려 거의 활용되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한국판 다우지수를 표방했던 'K-TOP 30'도 코스닥 두 종목을 넣어 2015년 출범했지만 싹도 틔워 보지 못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우량 중소형주만 묶어 만든 중소형 대표지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래야 특정 업종 쏠림을 막으면서 소속 시장에 상관없이 중간 사이즈의 중소형 유망주를 발굴하고 수익률도 제고할 수 있다는 취지다.
현재 거래소가 내놓은 240개 지수 가운데 국내 주가지수는 절반인 120개이고 코스닥 관련 지수도 52개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을 비롯한 중소형주 투자 상품 부족을 호소한다.
국내 313개나 되는 상장지수펀드(ETF) 중 코스닥 상품은 겨우 14개(4.5%)에 그치고 있다. 코스닥 인덱스펀드는 4개 출시돼 있다. 그나마 주가 급등락이 심한 바이오주를 피해 투자하는 상품은 이 가운데 1~2개뿐이다.
정부 뜻대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가 확대되더라도 결국 ETF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ETF 다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바이오주 쏠림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우려에 공감하고 있다. 연기금이 코스닥 투자를 늘리라는 메시지를 전달해도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쓸 만한 종목 '옥석 가리기'가 녹록지 않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연기금 출신의 한 펀드매니저는 "수년간 패시브펀드 시대에 대비해 종목 분석 인력을 줄여온 연기금은 냉정하게 말해 코스닥 종목을 들여다볼 능력이 없다"며 "코스닥 투자를 늘리라는 지침은 고스란히 위탁운용사 몫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운용사 입장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 사모펀드 운용역은 "코스닥 호황을 맞아 급히 코스닥 비중을 늘리려 했지만 살 수 있는 종목이 코스닥150 ETF 외에는 전무하다시피 했다"며 "좀 더 다양한 지수를 근거로 한 ETF가 나오면 분산투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인에 따르면 코스닥시장만 투자하는 코스닥 전용 펀드와 ETF 18곳에 이달 들어 쏠린 자금은 7211억원에 달한다. 월별 기준으로 올해 들어 단연 최고치다. 올해 들어 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왔던 지난 7월(1261억원)의 6배에 달하는 액수다. '코스닥 올라타기'에 나선 기관과 개인투자자 자금이 대거 코스닥 관련 상품에 몰린 셈이다. 그러나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 위주로 담은 이들 상품은 '바이오 거품'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는 우려가 크다. 현재 코스닥 시총 '톱10' 중 7개 종목이 바이오 기업
차동호 KB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바이오 이외에 코스닥 우량 종목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여러 지수가 나와야 한다"며 "그래야 코스닥을 단타 위주로 베팅하는 투자 문화도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헌철 기자 / 홍장원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