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인하 기준은 '적격비용'이다. 3년마다 한 번씩 이뤄지는 적격비용 산정은 조달비용과 관리·대손비용 등 카드사의 원가가 얼마인지 산정하는 작업이다. 적격비용이 낮아지면 수수료를 낮출 여지가 생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빅3 카드사인 삼성카드는 한국정보통신 등 주요 밴사에 수수료 인하 합의안을 제시했으나 거부당했다. 삼성카드보다 앞서 밴사에 협상안을 제시한 신한카드와 국민카드의 수수료 인하 요구 역시 거절당했다. 밴사는 카드사가 가맹점에 대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카드결제 과정을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밴 대리점은 매출 접수를 대행하고 가맹점 카드단말기를 관리하는 업무를 밴사에서 위탁받아 담당한다.
카드사들은 이 가운데 밴 대리점의 매출 접수 대행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수수료 인하 근거로 내세운다. 매출 접수 대행이란 매일 가맹점의 거래 내역을 모아 한도 초과와 도난 카드 등 이상 거래를 걸러낸 뒤 최종 결제 목록을 카드사에 전달하는 업무다.
예전에는 직원들이 일일이 가맹점을 찾아다니며 영수증을 모아 손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노임이 많이 들었다. 카드수수료를 산정할 때 이 업무에 건당 평균 20원 수준의 대가를 인정해 포함했다. 카드사들은 "이제는 정보기술(IT)이 발달해 사람 손으로 할 일이 없어졌다"며 "원가 절감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IT업체 케이알시스는 최근 '데이터 캡처'를 활용해 전표 정보를 자동화하는 기술을 카드사에 제안했다. 신한카드는 데이터 캡처 업무를 이 신흥 IT업체에 위탁하고 나머지 단말기 관리와 고객 응대 등 업무 등만 밴사가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밴 대리점협회인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나머지 업무까지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외부 위탁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런 이유로 삼성카드는 다른 절충안을 제시했다. 기존처럼 밴사에 모든 업무를 위임하는 대신 매출 접수 대행에 지급하는 비용을 지금보다 낮추자는 요구였다. 하지만 역시 단칼에 거절당했다. 박성원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사무국장은 "그동안 밴사가 대리점망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과 시간, 관리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요구"라며 이유를 밝혔다.
업무를 분산하면 카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 사무국장은 "가맹점이 지닌 매출 접수 대행 업무와 카드사가 가져가는 전표 매칭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객이 결제한 금액을 밴 대리점이 대신 지불해야 한다"며 "전표 수거 업무를 제3업체에 위탁하고 나머지 업무만 밴업계에 맡기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값비싼 수수료를 상인과 카드회원에게 떠넘기는 방식은 유지될 수 없다고 경고한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