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금리 1.5%로 인상 / 금리 인상 배경과 전망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충우 기자] |
한은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후 17개월 동안 초저금리(연 1.25%) 수준을 이어왔지만 최근 경기 회복세가 두드러지면서 내부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 10월 생산·소비·투자가 동시에 감소세에 들어섰고 실질소득이 8분기 연속 마이너스임에도 앞으로 내수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총재는 "복잡한 변수이기는 하지만 고려한 결과 내년에도 수출 호조 등 영향으로 잠재성장률(2.8∼2.9%)을 웃도는 3%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통계청에서도 10월의 악화된 경제 수치가 긴 추석연휴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추가 인상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 총재는 "(금리 인상을 통해) 완화 정도를 축소하려고 해도 지금은 고려할 요인이 아주 많다"며 "기준금리 결정문에도 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서 신중히 갈 수밖에 없다는 금통위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이 금리를 두 차례 올려도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서는 "내년 통화 정책 방향과 관련해 시장에 강한 충격을 주기보다는 꾸준하게 미세 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중하게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조동철 금통위원이 '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냈다는 점도 중요한 시그널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성장 중시·완화적 통화정책의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는 11월 19일 금통위 당시와 같이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란 표현이 있지만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는 신중히 판단해 갈 것"이라는 문구가 새로 추가됐다. 기준금리가 1.50%로 오른 것은 경기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에 힘입은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열린 한은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의 내용을 다소 유보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국내 경제 회복세를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에 편향된 것이라는 한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4차 산업혁명 진전 속도를 고려해도 1~2년간은 반도체 산업 호조가 양호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모두 고려할 때 시장에서는 내년에 1~2차례 정도만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내수와 관련해 이 총재는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실질소득이 8분기째 마이너스 세를 보이고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이자 부담이 늘면 가처분 소득이 줄어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정부의 내수촉진 정책에 힘입어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3분기 소비자물가는 도시가스료 인하와 대규모 할인행사 등으로 다소 낮게 잡혔기 때문에 앞으로 추세를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 밖에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1070원 선으로 치솟으며 급등한 것에 대해 이 총재는 "중국·일본과 경합하는 일부 수출 업종은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화값 강세는 국내 경기 회복세가 커지면서 나타난 결과"라며 "다면 단기 외환시장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접
한편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소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그는 "만성적 저금리가 가계부채와 더불어 기업 부실을 키웠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