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고시 안녕~" 농협 직원들, `끝물 합격` 잡아라

금융권 마지막 과장 승진 고시(考試)가 오는 2018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승진 고시 폐지는 4~5년전부터 추진됐으나 그간 노동조합 반대로 수년간 미뤄졌다. 하지만 노조측도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최근 사측과 합의점을 도출했다.
우진하 농협 노조위원장은 4일 "농협 승진고시를 2018년 이후 아예 없애는 것으로 확정하고 자격시험도 개편하기로 했다"면서 "자격시험은 인터넷 강의(e실무과정)로 대체하고 과거 합격 과목은 온라인 교육에서 빼주는 걸로 매듭지었다"고 밝혔다.
농협은 지난 1996년부터 3~5년차(5급 기준) 대리급 직원을 대상으로 과장 승진시험을 치러왔다. 농협금융그룹 계열사(NH투자증권 제외)와 농협중앙회 계열사 등 서로 다른 직군의 직원들이 '농협인'으로서 공통자격을 갖추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승진 고시에 합격하면 1년 내 과장으로 고속 승진할 수 있는 만큼 경쟁이 만만찮다. 응시과목이 농협법·농협론·농협회계· 농협실무·학술과목(법학·행정학·경제학) 등으로 많은데다 상대평가로 승진자가 결정된다. 매년 응시자 약 1500명 중 합격자는 100명에 못 미친다는 게 농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러한 승진 고시가 오는 12월 17일로 바짝 다가오면서 농협 직원들 사이에선 '끝물 합격'을 잡기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와 내년 연말께 2번의 기회만 남아있는 만큼 대상자들은 합격을 위해 선후배 동료들의 협조와 묵인 아래 업무에서 벗어나 시험준비에 매진한다. 또 일부 응시자들은 아예 휴가를 내고 고시원에서 불철주야 시험 공부에만 매진하고 있기도 하다.
출제 위원으로 뽑힌 농협 직원들도 최근 모처에서 외부와 고립된 채로 합숙에 들어가는 등 '첩보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승진 고시 폐지는 직원들이 일보다는 시험공부에 치중하면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노·사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뤄진 것"이라며 "다른 시중은행들이 승진시험을 없앤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