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삼성중공업은 금융경색 등 경영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1월 자금 확보 목적으로 약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데 이어 다시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내년 1월 26일 유상증자를 위한 주주총회를 열고 5월까지 유상증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될 자금은 2018년 만기 도래하는 1조6000억원 규모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중공업은 2017~2018년 연간 실적 전망을 조기 공시했다. 올해는 매출액 7조9000억원, 영업손실 49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8년엔 매출액이 5조1000억원으로 줄지만, 영업손실은 2400억원으로 적자폭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다만 현재 협상 중인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내년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고, 2019년엔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17~2018년 적자는 매출 감소로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시황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2019년부터는 매출이 회복되고 흑자 전환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발주처와 협상을 진행 중인 에지나 FPSO 등 해양 공사의 체인지오더(공사비 추가 정산)는 이번에 밝힌 내년 실적 전망에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실적 개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그동안 쌓였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700억원이었지만, 4분기엔 5600억원 적자를 기록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미청구공사금액이 5조원을 넘어서는 등 올해 들어 인도 연기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4분기 손실 내역 중 신규 수주사업과 수행공사 수익성 악화로 인한 추가 비용이 3900억원에 달하는데 이 계정은 신뢰할 수 없다"며 "이제 와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충당을 잡는 것은 정상적인 회계처리로 볼 수 없고 그동안 원가를 잘못 계산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중공업은 2013년 4분기, 2015년 2분기에 각각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는데, 그 직전에도 미청구공사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6일 삼성중공업 주가는 전날 대비 28.89% 폭락한 8960원에 장을 마쳤다. 1조5000억원 증자 발표에 시가총액이 1조4000억원가량 증발한 셈이다. 또 현대중공업은 6.21%, 대우조선해양은 2.75% 하락하면서 조선주들이 일제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조선업종 최선호주로 뽑히던 현대미포조선도 이날은 주가가 4.05% 급락했다.
이날을 제외하고 최근 수개월간 조선사 주가는 제자리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이 엇갈리던 상황이었다. 특히 지난 4일 NICE신용평가와 유안타증권은 같은 날 정반대의 조선업 전망을 발표하기도 했다.
NICE신용평가는 수주량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절대량이 부족하고, 낮은 선가로 인해 실적 개선도 요원하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영규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선가가 낮을 때 수주했던 물량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는데, 원자재 가격은 전부 오르고 있다"며 "중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 의지를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철강재와 후판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내년에도 추가적인 매출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박대영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이르면 이달 대거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천억 원 적자에 대한 문책과 함께 '60대 이상 퇴진'이라는 삼성 계열사들의 최근 인사 기조가 적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주주총회 소집 결의' 공시를 통해 주주들에게 내년 1월 26일 임시주총을 예고했다. 주총 안건의 하나로 3명의 신임 사내이사 선임 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사내이사 후보는 남준우 조선소장 부사장(1958년생),
[윤진호 기자 / 황순민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