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우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상선은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주 배정 유상증자 청약 결과 발행 예정 주식 1억2000만주 중 7292만3525주(60.77%)를 청약했다고 8일 공시했다. 공은 일반투자자에게 넘어갔다. 이번 청약 후 발생한 실권주 및 단수주 4707만6475주는 11일과 12일 양일간 일반 청약이 진행된다.
해운업계가 극심한 불황을 겪는 상황에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행가액 5000원과 현재 주가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8일 시초가 대비 50원(0.96%) 떨어진 517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투자자는 주가와 발행가액이 가까울수록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인 유상증자 청약에 비하면 부진한 성적이지만, 오히려 60%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았다"면서 "해운업계 전반적으로 상황이 안 좋다는 점에서는 나름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로서 향후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희망적이다. 지난 1일 한국해양진흥공사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이 법안은 자본금 5조원 규모로 한국 해운산업을 지원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현대상선이 해양진흥공사의 최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주주 배정으로 받는 1412만주에 더해 12%(약 163만주)를 초과 청약한 데서도 정부의 해운산업 지원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상선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76%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상위 7개사와 시장지배력 격차가 크다. 해운업 실적이 회복되는 추세에서 경쟁사에 비해 개선 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따라서 오는 11일부터 진행될 일반 청약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견해가 증권업계 일각에서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원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 "게다가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것에 대한 여론도 가뜩이나 좋지 않은데 현대상선까지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낮은 신용등급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올 6월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BB(안정적)로 발표했다. D까지 떨어졌던 시기에 비해서는 상향된 수준이지만, 여전히 투기 등급으로 공모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차후 유동성에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한편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해 현대상선은 KB증권
[조희영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