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탈로 코스피 하방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연말 베팅이 향후 이익실현을 위한 저가 매수의 토대가 될지, '윈도드레싱'에 실패한 손실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975억원을 순매수했다. 총 27거래일 중 4일만 빼고 나머지 모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지난달 22일부터는 12거래일 연속 순매수 추세에 있다.
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9327억원 순매수), SK하이닉스(1384억원), KB금융(1056억원) 순이었다. 이어 신한지주, 네이버, 현대모비스, 포스코, 한국전력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KB금융만 지난달 초 대비 주가가 1% 이상 상승했을 뿐 삼성전자(-7.88%), SK하이닉스(-7.54%), 신한지주(-4.28%), 네이버(-6.38%) 등 대부분 하락하면서 단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누적 6000억원대 순매도에 나서 코스피 하방 압력을 가중시켰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만 1조7000억원 이상을 내다 파는 등 강한 매도세를 보였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달 초 코스피가 2500선에 오르고 주요 종목의 실적이 탄탄한 데 반해 외국인 매도세가 벌어지면서 증권사들이 저가 매수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며 "여기엔 증권사 자체 자금도 있지만 ETF 물량 유입이 많아 이를 위탁해 소화하는 과정에서 대거 매수가 이뤄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3조원대 순매수 효과가 코스피 부양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결정된 지난달 30일, 코스피에서만 외국인이 6000억원을 매도했지만, 증권사가 3260억원을 매수해 그나마 시장을 지탱했다.
또 이달 7일 외국인이 3384억원을 매도했을 때 증권사는 4702억원을 사들여 지수 추가 하락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