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롤러코스터 탄 비트코인 / 11일부터 美시카고거래소 '비트코인 선물' 거래 ◆
미국 월가에서는 비트코인 파생상품의 제도권 편입으로 비트코인이 점차 '디지털 금'처럼 인식돼 자산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가 하면 거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JP모건은 비트코인 선물 상장을 계기로 현물시장의 정보 속도와 품질이 개선돼 비트코인이 신흥자산으로 도약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투자 수단이 확대되면 투자자금 유입이 가속화할 수 있다.
반면 선물 거래로 비트코인의 거품 확대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도권에 편입돼 거래가 쉬워지는 데다 차입금 비중이 높은 기관 투자금이 밀려들면 비트코인 가격 급락 때 피해 대상이 훨씬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투자 원금을 날리는 건 금융 시스템을 크게 위협하지 못하지만 기관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금융감독 당국도 골머리를 썩일 수밖에 없다.
현금정산 방식의 비트코인 선물계약이 달러 의존도를 높여 달러화 가치를 상승시키는 반면 비트코인의 기본 가치는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네덜란드에서 튤립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금정산 선물이 1636년 출현했다가 이듬해에 튤립 가격 버블이 붕괴됐다고 UBS는 설명했다. 브라이언 켈리 BK캐피털 창업자는 CNBC 방송에 출연해 "비트코인을 좋아하지만 현 상황은 1990년대 후반의 닷컴 버블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신중한 투자를 주문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는 제미니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한다. 제미니는 전체 암호화폐 거래소 거래량 순위에서 19위를 차지하고 있다. 10일 기준 거래소별 24시간 거래량 상위 세 곳을 보면 일본 도쿄에 기반한 비트플라이어가 15.3%를, 홍콩의 비트파이넥스가 13.4%를, 한국의 빗썸이 13.3%를 차지하고 있다. 제미니 거래소 점유율은 0.98% 수준으로 하루 1만4469비트코인이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 급락세가 이어지자 국내 거래소 이용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해외 거래소에 비해 국내 거래소에서 가격 변동폭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비트파이넥스에서 지난 8일 1만7171달러를 찍고 10일 오후 1만2941달러로 25% 하락하는 동안 빗썸 기준 가격은 2499만원에서 1461만원으로 무려 40% 이상 떨어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른바 '한국 프리미엄'도 거품처럼 사라졌다. 지난 8일만 해도 비트코인이 비트파이넥스에서 1만6241달러(약 1775만원)에 거래될 때, 빗썸에서는 개당 2153만원에 거래되며 해외 대비 약 20%(378만원)의 프리미엄을 형성했다.
하지만 10일 정오께 비트코인 가격은 빗썸 기준 1437만원으로 같은 시간 해외 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에서 거래된 1만3239달러(약 1455만원)보다 오히려 1.2%가량 싸게 거래됐다.
큰 폭의 하락장이 형성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최근 주변의 권유로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이 모씨(32)는 2300만원 선에 비트코인을 수천만 원어치 매입했다가 이틀 만에 큰 손실을 보고 곧바로 투자금을 뺐다. 이씨는 "잘 알지도 못하고 무턱대고 샀다가 손실만 봤다"며 아쉬워했다.
반대로 큰 폭의 가격 등락이 일상적인 현상이라 보는 투자자도 있다. 암호화폐 투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한 투자자는 "비트코인 가격은 한번 빠지면 40%
실제로 비트코인은 지난 6월 11일 3003달러에서 6월 15일 2044달러로, 9월 1일 4970달러를 찍은 뒤 9월 15일 3000달러 밑으로 수차례 가격 급락을 거듭해왔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