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F 313개 전수조사 해보니
거래량이 희박하면 투자자는 ETF를 환매하기 위해 제값(순자산가치·NAV) 대비 낮은 가격으로 물량을 내놔야 한다. 지수를 추종하며 시장가치로 거래되는 ETF의 본래 취지가 크게 훼손되는 것이다. ETF에 신규 입성하고 싶은 투자자 역시 제값 대비 비싼 가격으로 물량을 사야 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1개월간 출시된 지 한 달 넘은 313개 ETF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 중 일평균 거래대금이 1000만원 미만인 ETF가 45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따지면 14.4%에 달한다.
이 중 마이티코스피100 ETF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1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에는 아예 계약 체결이 되지 않았다. 2012년 7월 상장한 이 ETF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올해 주목받았던 코스피 대형주 상당수를 담고 있다. 그 덕에 1년 수익률 27.91%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ETF가 거래된 사례가 드물어 시장에서 이 ETF를 팔아 돈을 손에 쥔 투자자는 극소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상품 구성인 다른 펀드나 ETF에 밀려 존재감이 희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펀드에 큰돈을 묻어놨던 투자자는 시장가치 대비 수익률을 일부 손해보고 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파워중기국고채 ETF, KINDEX스마트모멘텀 ETF, KODEX골드선물인버스(헤지형) ETF, SMART선진국MSCI World(합성 헤지형) 역시 일평균 거래대금이 100만원에도 못 미쳐 부진한 모습이었다. 지난 7월 상장한 KINDEX스마트모멘텀 ETF 역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담은 펀드 포트폴리오가 큰 매력을 보이지 못했다. 14일 주당 1만3505원으로 마감한 이 ETF는 이날 20주가 거래되는 데 그쳤다. SMART선진국MSCI World(합성 헤지형) 역시 14일 한 건의 거래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가총액이 채 50억원에 못 미치는 '자투리 ETF'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기준 시총이 50억원 미만인 ETF는 15개에 달한다. ARIRANG스마트베타퀄리티(Quality) ETF, ARIRANG코스피100동일가중 ETF, TIGER금속선물(헤지형) ETF와 KBSTAR수출주 ETF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남들이 내놓지 않는 차별화된 지수를 만들어 이를 추종하는 ETF가 여럿 나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예를 들어 TIGER경기방어 ETF는 불황에도 주가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배당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코스피 횡보장세에서도 탄탄한 거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월 나온 KBSTAR KQ고배당 ETF는 코스닥 종목 중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을 선별한 국내 유일 ETF다. 출시 5개월 만에 시총이 500억원 넘게 불어났다. 거래 역시 활발하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이 스마트베타 ETF 10여 종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박제우 키움투자자산운용 ETF팀장은 "ETF 거래량이 줄면 호가 스프레드가 벌어져 투자자 입장에서 ETF를 본질가치 대비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운용사들이 ETF를 출시할 때 상품성을 더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TF는 특정 지수 흐름을 추종하기 위해 매수와 매도 시 적절한 가격(호가)을 제시하는
[홍장원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