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의 주가상승률이 13% 수준에 그치면서 코스피 상승률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자사주 매입 호재에도 주가가 하락하기까지했다. 2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00억원 이상 자사주를 대량 매입한 코스피 상장 기업의 연초 대비 수익률(19일 종가 기준)을 조사한 결과 총 22개 기업 중 10곳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익률은 13.68%로 같은 기간 전체 종목 평균에 해당하는 코스피 상승률 22.3%보다 낮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기업은 삼성SDI로 지난 19일 20만8000원까지 오르며 올해 들어 90.83%의 수익률을 보였다. 삼성SDI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불량 사태 이후 주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삼성SDI는 총 3344억원을 들여 지난해 말부터 매입을 시작했으며 올해 1월께 약 800억원어치를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사주 매입을 결정할 당시인 지난해 10월 26일 주가는 8만9300원이었다.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자사주 318억원어치를 매입한 한미반도체로 6180원에서 1만1600원으로 87.7%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어 KB금융(45.56%), 메리츠금융지주(42.34%), 삼성전자(42.06%), SKC(34.7%), 코웨이(23.44%) 순으로 조사됐다. 이들 7개 업체는 지수 평균 상승률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사주 매입 금액에서는 삼성전자가 6조8214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돈을 썼다. 이어 KB금융이 1592억여 원, 현대산업개발이 1537억여 원, 코웨이가 1385억여 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100억원이 넘는 자사주 매입에도 주가가 오히려 떨어진 기업이 10곳이나 됐다. 건자재 업체인 동양은 115억원이 넘는 자사주 매입에도 주가가 연초 2985원에서 최근 2000원 수준으로 32.66%나 추락했다. 한화테크윈은 25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주가가 4만3450원에서 3만5700원으로 17.84% 떨어졌다. 최근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하며 자사주를 매입한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4만4950원에서 이달 19일 4만100원으로 10% 이상 곤두박질쳤다. 992억원을 투입한 한샘도 주가가 19만9000원에서 18만원대로 7% 이상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자사주 매입은 본래가치인 주주 환원 차원보다 경영권 방어의 성격인 경우도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다만 최근 일부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 분쟁 방어나 지주회사 전환 차원이 많아 실제 주가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 만큼 투자자들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